성소수자 끌어안은 獨극우 AfD, 이번엔 유대인 당원단체 창설(종합)
유대인 19명 가입…소수자, 중도층 공략 위한 움직임 관측
독일유대인중앙회 등 유대인단체들 강력 반발
반유대주의 학자 "AfD 대표, 히틀러가 사용한 유사 문구 사용" 지적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의 극우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당내에 유대인 단체를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AfD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부정하는 등 친(親)나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런 뜻밖의 움직임에 기성 사회가 당황해하고 있다.
이 정당은 지난 7일 헤센 주 비스바덴에서 당내 유대인협회(JAfD) 창설식을 열었다.
초기 멤버는 19명의 유대인 AfD 당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대인인 페라 코소바가 회장직을 맡는다. 유대인 당원 가운데 3분의 1은 옛 소련 출신이다. AfD는 러시아 등 옛 소련 출신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아왔다.
AfD는 조만간 5명의 유대인이 더 가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소바는 취재진에게 "AfD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에 거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AfD는 반(反)난민·반이슬람 정서를 자극해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했고, 대연정이 난맥상을 보이는 틈을 타 지지세를 넓혀가는 정당이다.
그런데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난민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나치적, 전체주의적 이미지 때문에 지지를 꺼리는 소수자와 중도층을 상대로 구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fD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레즈비언인 알리체 바이델을 공동 총리후보로 내세운 데 이어, 바이델을 원내대표로 선출해 당의 간판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독일유대인중앙회를 비롯한 17개의 유대인단체들은 AfD가 인종차별주의적이고 반유대적인 정당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유대인학생연합(JSUD) 소속 학생 250여 명은 같은 날 프랑크푸르트에서 AfD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JSUD 회장인 달리아 그린펠트는 "AfD는 어떤 환경에서도 유대인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코셔(전통 유대교 율법에 따라 조리한 음식) 인증을 절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샬로테 크노블로흐 전 유대인중앙회 회장은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AfD는 유대인에 적대적이었다"며 "유대인들이 속했다고 해서 반유대주의 성향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의 빈프리트 크레취만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총리도 언론에 "이러한 조직이 설립됐다는 것은 매우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의 저명한 나치 및 반유대주의 학자 볼프강 벤츠는 10일 일간 타게스슈피겔 기고문을 통해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대표가 언론 기고문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을 인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가울란트 대표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세계주의자 계층'이 현재 문화적 정치적 흐름을 결정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런 문구는 히틀러가 1933년 연설에서 사용한 문구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