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국감 등판한 국보급 투수…굳은 표정의 선동열 감독(종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의혹으로 국감 증인으로 출석
손혜원 의원 날이 선 질문에는 같이 목소리 높아지기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입었을 때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선동열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굳은 표정을 한시도 풀지 않았다.
10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호출받은 선 감독은 오후 2시 50분께 국감장에 입장했다.
그 순간 수많은 취재진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고, 선 감독은 입을 꾹 다문 채 정해진 좌석에 착석했다.
자리에 앉은 뒤에도 약간 상기된 얼굴로 정면만을 주시하던 선 감독은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이름을 부르자 연단으로 나왔다.
다시 한 번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고, 선 감독은 잠시 눈을 감았다.
차분하게 질문을 기다리던 선 감독은 김 의원이 "프로야구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야구대표팀 논란에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선 감독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자 4일 KBO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수 선발은 본인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선 감독은 기존 발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오지환(LG 트윈스)의 대표 선발을 문제로 삼았지만, 선 감독은 극구 부인했다.
KBO가 국회에 최종 엔트리 선발 회의록을 조작해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질의·응답에는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객관적인 수치 등 자료를 준비해 선 감독에게 질문했고, 손 의원은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대표선수 선발권을 완전히 넘긴 뒤 선 감독이 역대 최초의 전임감독으로 취임했다"고 지적했다.
딱딱한 표정으로 손 의원의 질문에 "행정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한 선 감독은 "연봉 2억원에 판공비가 포함됐다"는 계약 세부 내용까지 공개했다.
손 의원은 "야구 관객이 선 감독 때문에 20%나 줄었으니 사과하시든지 사퇴하시든지 하라"고 몰아세웠고, 선 감독 역시 "(오지환을) 소신껏 뽑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보급 투수가 국정감사장까지 나온 게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어떤 이유에서든 야구 감독이 이곳까지 나왔다는 게 유감이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 한선교 의원은 이정후가 1차 엔트리 때는 탈락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선 감독이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까지 탈락시킨 걸 보면 얼마나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하려고 고심했는지 알겠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증인 질의·응답에서 의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던 선 감독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4bun@yna.co.kr
선동열 감독 "오지환 선발, 청탁 없었고 미필 고려 안 했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손혜원 "사과하든지 사퇴하라"…선동열 "소신껏 뽑았다"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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