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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공식기록영화 이승준 감독 "화려함 뒤 감동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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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공식기록영화 이승준 감독 "화려함 뒤 감동 담았죠"



(부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올림픽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영화를 보시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 진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기록영화 '크로싱 비욘드'(Crossing Beyond)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매번 올림픽 개최국 감독을 선정해 해당 올림픽 공식 기록영화(Official Film)를 제작한다. 역대 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제작을 맡은 감독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 상당수다.
레니 리펜슈탈 감독이 제작한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 공식 기록영화는 나치즘을 선전하는 도구로 악용됐지만, 영화사에서는 불멸의 작품으로 통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기록영화는 임권택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당시 충무로의 거의 모든 인력이 이 작품 제작에 투입됐다.
'크로싱 비욘드' 연출을 맡은 이승준 감독을 10일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올림픽 공식영화의 연출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죠. 올림픽 공식영화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박물관에 보관됩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되는 거죠.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올림픽 공식기록영화는 올림픽 경기를 자세하게 촬영·기록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금처럼 안방에서 TV로 올림픽 경기를 보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기장면을 촬영해 세계 곳곳의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실시간 영상 매체가 발달하면서 올림픽 공식기록영화도 경기장면을 기록하기보다 스토리가 있는 극영화 형태로 변해갔다.
"IOC에서 올림픽 화면이 많이 안 나와도 좋으니까 스토리가 있는 영화로 만들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방송사들이 실시간으로 중계하니까 굳이 경기장면을 기록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거죠."
이 감독은 우리나라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박윤정, 가나의 스켈레톤 대표 아크와시 프림퐁, 아프가니스탄의 알파인스키 선수 사자드 후사이니, 오스트리아의 스키점프 대표 다니엘라 이라슈코-슈톨츠, 영국의 스노보드 대표 빌리 모건 등 5명 이야기를 통해 '경계를 넘는다'는 올림픽 의미를 구현했다.
"이들 모두 각자의 경계를 뛰어넘으려 한 인물이에요. 박윤정 선수는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경계를 넘으려 했고, 아크와시 프림퐁은 아프리카라는 지역적인 경계를 넘으려 했어요. 오스트리아 스키점프 선수는 여성도 스키점프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헌법소원까지 냈던 선수예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단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 감독이 연출자로 최종 결정된 것은 지난해 10월께였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과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목은 '경계를 넘다'라고 정했는데 북한 선수단이 불참하면 평창올림픽이 분단이라는 경계를 못 넘는 결과가 돼버리잖아요. 북한이 참가하지 않으면 평양에 가서 평창올림픽을 시청하는 평양 시민 모습이라도 찍을 생각이었어요."
다행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이 감독은 하늘이 돕는 듯했다고 한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여자아이스하키는 단일팀까지 구성하기로 했어요. 굉장히 희망적인 분위기로 바뀌었죠. 대신 엄청나게 바빠졌어요. IOC 협조를 얻어 북한 선수단 촬영할 계획을 짰죠. 그런데 공식 촬영팀이라도 북한 선수단 촬영은 쉽게 허가가 나지 않았어요."
철통같은 보안 탓에 여자아이스하키팀 훈련 장면 등은 이 감독이 직접 촬영하지 못하고 아이스하키팀이 자체 촬영한 영상을 전달받아 사용했다고 한다.



'크로싱 비욘드'는 이달 말 열리는 도쿄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일본 관객에게 공개된다. 도쿄는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이기도 하다.
"제가 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제목에 다 들어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여러 경계가 조금씩 사라져서 한 20년쯤 후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 그땐 이런 경계가 있었지'하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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