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돌아온 18세기 명품 바이올린…18세 음대생의 품에
유족과 새 주인이 장기대여…"강하고 부드러운 연주자 찾았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도난 35년 만에 극적으로 옛 주인의 품으로 돌아온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새 주인을 만났다.
폴란드 태생의 미국 바이올린 연주자 로만 토텐버그(1911∼2012)가 잃어버렸던 이 바이올린의 선율이 18세의 미 줄리아드 음대생 네이선 멜저에 의해 깨어났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5년 선친의 바이올린을 회수한 토텐버그의 세 딸은 이날 미국 뉴욕의 악기상인 '레어 바이올린즈'에서 이 바이올린을 멜저에게 전달했다. 장기대여 형식이다.
니나 토텐버그는 "아름답고 뛰어난 이 바이올린 소리가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콘서트홀에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며 "아버지가 연주하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멜저가 새 주인으로 선정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바이올린의 발견후 복원작업을 했던 '레어 바이올린즈'의 브루노 프라이스 공동대표는 이것이 이탈리아의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후기에 제작한 '뛰어난 악기들'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734년 제작된 것이다.
그는 "악기가 커서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연주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면서 "소리를 최대한 끌어내려면 그만한 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멜저는 180cm이 넘는 키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의 제자로 이미 세계 곳곳서 연주회를 한 신예다.
토텐버그의 생전 이 바이올린은 분신과도 같았다. 전 세계에 500여 대 밖에 남지 않은 스트라디바리우스로 그는 각지를 다니며 연주했다.
그러나 1980년 5월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연주한 후 드레스룸에서 이 바이올린을 잃어버렸다.
필립 존슨이라는 젊은 음악가를 의심했지만 물증이 없어 바이올린을 찾는 일을 포기했다.
토텐버그는 이 바이올린을 다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세 딸은 3년 후, 뉴욕 시 연방검찰로부터 바이올린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고 아버지의 유품임을 확인했다.
익명의 독지가가 수십억 원으로 평가되는 이 바이올린을 세 딸로부터 구매했고, 이어 다시 연주용으로 복원이 이뤄졌다.
검찰의 수사 결과, 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훔친 범인은 유족의 예상대로 존슨이었다. 존슨의 부인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며 자신에게 남긴 바이올린의 가치 평가를 감정사에게 의뢰했다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덜미가 잡혔다.
당시 감정사는 그것이 스트라디바리우스 진품이고, 35년 전 토텐버그가 도난당한 것임을 금세 알아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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