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들이대는 좀비에 곳곳 비명…부산영화제 VR영화 인기
(부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좀비 떼가 습격 중인 KTX 열차 안. 차장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둘러 플랫폼을 떠나는 열차 차창 밖으로 좀비에게 공격당하는 사람들 모습이 비친다.
그러나 열차 안에도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있는 듯하다. 안색이 창백한 여성이 걸어와 앞 좌석에 앉더니 경련을 일으킨다. 다시 일어선 여성이 기괴한 자세로 걸어온다. 옆을 지나치는가 싶더니 갑자기 얼굴을 들이댄다.
'으악'하는 비명이 절로 나온다. 코앞에서 좀비와 눈을 마주하려니 섬뜩하기 그지없다. 야구 방망이라도 휘둘러야 할 것 같은데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대로 당하고 마는 것일까.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 '부산행' 배급사 '뉴'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6∼9일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안필름마켓에서 '부산행 VR'을 공개했다.
'부산행 VR'은 '뉴'의 글로벌 판권유통 사업부인 '콘텐츠판다'가 싱가포르 특수효과영상 제작사 비비드쓰리(VIVIDTHREE)와 함께 제작한 VR 영화다.
아시안필름마켓 행사장 내 '부산행 VR' 부스에서 헤드셋을 착용하면 실감 나는 가상현실 좀비 물을 체험한다.
본래 '부산행 VR'은 좀비가 나타나기 시작한 부산역 내부를 비추는 'ZONE 1'과 기차 안에서 좀비 습격을 받는 'ZONE 2', 몸에 각종 장비를 착용한 채 야구 방망이 등을 들고 좀비와 대결을 펼치는 'ZONE3'로 구성됐다.
따라서 '부산행 VR'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각종 장비를 착용해야 하지만 아시안필름마켓 부스에서는 공간적 제약 때문에 'ZONE 2'의 데모 버전만 체험한다.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몸에 장비를 착용하면 마동석 씨가 보여준 격투 장면은 물론, 영화 마지막 터널 장면에서 모티브를 따온 슈팅 게임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판다는 올해 안으로 '부산행 VR'을 즐기는 체험 존을 해외에서 먼저 오픈할 예정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해운대 영화의전당 1층에도 VR 영화를 경험하는 체험관인 'VR 시네마 IN BIFF'가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10분 남짓한 VR 단편영화 4편을 묶어 상영하는 'VR 무비관'과 5∼27분 분량 VR 영상을 체험하는 'VR 경험관'이 마련됐다.
'VR 무비관'에서는 헤드셋과 이어폰을 착용하고 회전의자에 앉아 360도 VR 영화를 체험한다.
헤드셋에서는 첫사랑 기억을 다룬 '베트남의 크리스마스', 남녀의 친밀한 순간을 포착한 '프레임 너머-친밀한 관계들', 사후 여행을 다룬 '죽은 자들의 섬', 중국의 미니어처 도시를 담은 '복제된 도시' 등 4편 VR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들은 360도 VR 기술을 활용해 어느 한 공간도 검은 화면으로 처리하지 않고 3차원 공간을 재현해냈다.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 주인공 대신 행인을 바라보거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관객에게 고정된 시선을 요구하는 기존 영화의 작법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VR 시네마 IN BIFF' 앞은 영화의 새로운 형태를 예고하는 VR 기술을 경험하려는 관객으로 붐볐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김주연 씨는 "평소 VR 영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기술이 정말 놀랍게 발전한 것을 알 수 있었다"며 "VR 기술을 사용해 영화가 어떻게 발전할지 더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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