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폭탄 맞은 경북 영덕…"전쟁터가 따로 없어"
바다 가까운 7번 국도 주변마을, 지대 낮고 물 잘 안빠져 피해 집중
"성인 키높이 만큼 물 차올라"…성한 가재도구 찾아보기 어려워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우야믄 되겠능교. 우야믄 되겠능교."
7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2리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기자를 붙잡고 같은 하소연을 반복했다.
이 주민의 주택은 전날 태풍 '콩레이'가 휩쓸고 가면서 집 안에 물이 차올라 성한 가재도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연신 못 쓰는 가재도구를 밖에 쌓아놓던 그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완전 전쟁터 같다"고 말했다.
영덕은 태풍 '콩레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다.
태풍 영향으로 5일부터 6일까지 영덕에는 309.5㎜의 비가 쏟아졌다. 영덕읍에는 383.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영덕에서는 주민 1명이 집 앞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영덕군은 7일 오전 현재 영덕에서 주택 1천400여 채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강구항에선 어선 15척이 떠내려갔고 농경지 217㏊가 침수되거나 매몰되는 피해를 봤다.
바다와 가까운 강구면에는 피해가 집중됐다.
7번 국도 주변 마을은 지대가 낮고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빗물이 고였다.
6일 오전 강구시장에는 성인 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시장 곳곳에는 성한 상가가 없을 정도다.
태풍이 지나간 7일 오전 상인들은 가게 물건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길바닥은 흙탕물이 고여 있고 가게 안은 말 그대로 처참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한 마트에는 냉장고가 여기저기 쓰러져 있고 컨테이너 형태의 대형 냉동창고가 20㎝ 정도 움직여 태풍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마트 관계자는 "직원 2명이 물이 못 들어오도록 문을 막고 있었는데 워낙 수압이 세다가 보니 막지를 못하고 밀렸다"고 설명했다.
한 상인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물에 젖은 물건을 주워내기 바빴다.
인근 강구초등학교는 담이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다.
초등학교 인근에 사는 주민은 "학교 운동장에 물이 고여 있다가 담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쏟아져 주변 집들이 침수됐다"며 "성한 가재도구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강구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오포2리 역시 저지대여서 피해가 컸다.
6일 낮에는 지붕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주민은 전했다.
한 주민은 "집 밖에는 성인 키 높이만큼 수위가 높았고 그나마 집 안에는 문을 닫아놓아서 그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무릎 높이까지는 물이 찼다"며 "비가 조금 더 왔으면 집 안에도 바깥과 마찬가지로 물이 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물이 차오르면서 대피하지 못한 주민을 보트를 타고 구조했을 정도였다.
한 주민은 "피해가 이 지경인데 아직 지자체에서는 나와보지도 않는다"며 "개인이 어떻게 이것을 다 치우느냐"고 밝혔다.
집에서 잠을 잘 수 없어 친척이나 친구 집에서 밤을 지새운 주민은 7일 날이 밝자 집을 찾아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많았다.
집밖에는 못 쓰는 가구를 비롯해 가재도구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차가 침수된 주민은 여기저기서 보닛을 열고서 보험사 연락을 기다렸다.
한 주민은 "타이어 위에까지 물이 차서 시동도 걸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며 "보험사에서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번 국도 옆 한 가구상인은 "가구는 물에 젖으면 모두 쓸 수가 없다"며 "이번 비 때문에 2억원 정도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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