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보기관 또 실수…스파이 300여명 신원 노출
GRU 건물에 요원들 자동차 등록…관련 정보 유출로 이름·전화번호 등 공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러시아의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 소속 스파이 300여명의 신원을 노출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해킹 시도가 잇따라 실패한 데 이어 나온 이번 실수로 러시아 정보당국이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올 4월 네덜란드에서 OPCW에 해킹을 시도했다가 추방된 GRU 소속 요원 중 한 명인 알렉세이 모레네츠는 러시아 브랜드 '라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등록지로 모스크바의 한 주소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소는 GRU 소속 '26165' 부대의 건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대는 OPCW를 비롯한 서방국 기관에 대한 해킹을 담당하는 등 사이버 스파이 활동으로 악명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온라인 기반 탐사보도팀인 '벨링캣'(Bellingcat)은 이 주소에 등록된 다른 자동차들을 파악해 305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등을 파악했다.
27세부터 53세 사이 연령대인 이들은 스파이가 분명하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선임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는 현대 러시아 정보기관 역사상 최대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교통 당국은 부패한 것으로 유명해 자동차 소유권 데이터베이스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파이들은 음주운전이나 과속에 따른 벌금, 자동차 등록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되는 '보너스'를 얻기 위해 개인소유 차량을 GRU 건물에 등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드러난 보안 구멍은 GRU를 더 난처하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영국 경찰은 지난 3월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독살시도 사건의 용의자로 GRU 소속 장교 루슬란 보쉬로프와 알렉산드로 페트로프를 지목했다.
아울러 네덜란드 역시 지난 4월 13일 GRU 소속 요원들이 OPCW의 무선망에 접근하려 했다며, 이들을 적발해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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