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앓은 6세 다윤양, 꿈에 그리던 '만화 속 공주'된 날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4천번째 난치병 환아 지원 행사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여왕님. 다윤공주에게 왕관을 씌워주세요."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 로비로 조그만 체구의 여자아이가 들어섰다. 흰 재킷에 연한 청록빛 옷을 입은 아이가 지나는 길에는 영화 '스타워즈' 등장인물 복장을 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마치 귀빈을 맞이하듯 도열해 길을 안내했다.
키 107.3㎝, 체중 16㎏으로 또래 아이보다 한눈에도 훨씬 왜소해 보이는 아이는 6살 임다윤 양. 다윤양은 2016년 1월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매달 통원치료 중이다.
다윤양은 애니메이션 '시크릿 쥬쥬'에 등장하는 '아이린 공주'를 좋아했다. 그러나 친구들과 캐릭터 역할놀이를 할 때면 아이린 역을 맡지 못했다. 투병으로 몸이 너무 왜소해 등장인물 중 가장 키가 작은 캐릭터만 돌아왔고, 다윤양은 매번 속이 상했다고 한다.
백혈병, 뇌종양, 골육종 등 난치병 환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지원단체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이날 다윤양을 위한 행사를 열어 공주가 되고 싶은 그의 소원을 이뤄줬다. 재단이 이같은 정서적 지원사업을 편 아동은 다윤양까지 모두 4천명이다.
'아이린 공주' 옷차림으로 행사장에 들어선 다윤양은 친구와 자원봉사자들이 꽃을 건네며 축하하자 "너무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행사에는 다윤양 부모와 친구, 친구 부모, 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해 다윤양의 '공주 임명'을 축하했다.
후원회장이 '여왕' 격으로 다윤양에게 왕관을 씌우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소품인 하트 모양 요술봉을 건네며 "건강하고 예쁜 어른이 되어라"라고 격려했다. 얼굴에 웃음을 띤 다윤양은 왕관과 요술봉이 신기한지 계속 이리저리 돌려보며 공주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다윤양은 자신의 생일파티를 겸한 이날 행사에서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불어 끈 뒤 "엄마 아빠 힘내세요. 사랑해요"라고 자필로 쓴 '상장'과 꽃다발을 부모에게 건넸다.
행사는 공주 임명식에 이어 퀴즈게임, 무도회, 마술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다윤양 아버지 임현석(39) 씨는 "다윤이가 아프기만 하다 이런 좋은 기회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우정을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쁘다"라며 "지금처럼 건강하게,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잘 자라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홍섭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이사장은 "아픈 아이들이 없어져 후원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을 만들어주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활동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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