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수감에서 칼부림까지…2018 브라질 대선 드라마 결말은?
아웃사이더 일찌감치 하차…극우-좌파 맞대결 양상속 중도 위축
1차 투표 결과에 관심…결선투표로 가면 승부 예측 불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헌정 사상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 속에 올해 대선 정국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4일 밤(현지시간) 열린 최대 방송사 글로부 TV 주관 대선후보 토론을 끝으로 유세를 사실상 마무리한 후보들은 7일 1차 투표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28일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가린다.
올해 대선은 일찌감치 후보 난립 양상을 예고했다. 언론을 통해 20여 명이 대선주자로 거론된 끝에 지난 7월 20일∼8월 5일 각 정당의 전당대회를 통해 확정된 후보는 모두 13명. 지난 1989년 대선에서 22명이 후보로 나선 이후 가장 많다.
잇단 권력형 부패 스캔들과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의 지지율 추락으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하면서 중도진영을 중심으로 참신한 아웃사이더의 등장이 기대됐다.
유명 방송인 루시아누 후키, 흑인으로는 사상 첫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조아킹 바르보자 변호사 등이 주목받았으나 정치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좌파 아이콘'으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대선 정국 내내 뉴스 메이커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도 집요하게 대선 출마를 시도했으나 사법부는 그의 발을 묶었다.
연방선거법원은 지난 8월 31일 판사 7명이 참석한 특별회의를 열어 6대 1 다수 의견으로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는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이 적용됐다.
결국, 좌파 노동자당(PT)은 룰라 전 대통령을 대신해 페르난두 아다지 부통령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교체했고, 노동자당은 1989년 이후 처음으로 '룰라 없는' 대선을 치르게 됐다.
지난달 6일에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터지면서 대선 정국에 혼란을 가중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남동부 지역 도시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괴한이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렸고, 두 차례 수술을 받고 20여 일 만에 퇴원했다.
올해 대선에서 중도진영의 목소리가 극도로 위축된 사실은 브라질 정치 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994년 대선 이래 계속돼온 브라질사회민주당(PSDB)과 노동자당(PT)의 대결 구도가 올해도 재현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도진영을 대표하고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제라우두 아우키민 후보는 끝내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고, 중도 정당을 지지하는 표심은 갈 곳을 찾지 못했다.
아우키민 후보의 부진으로 올해 대선은 좌우 극단의 대결 양상으로 흘렀고, 이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 헤알화 가치와 상파울루 증시는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를 계속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1차 투표 결과에 쏠리고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이 막판 상승세를 계속하면서 대선이 1차 투표에서 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조사에서 투표 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는 유권자를 제외한 유효 득표율은 보우소나루 후보 39%, 아다지 후보 25%로 나왔다. 이론적으로 보우소나루 후보가 11%포인트를 끌어올리면 과반 득표가 가능하다.
결선투표가 성사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한 후보들의 지지 선언, 좌-우파 진영의 지지층 결집, 투표율 등 고려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예상득표율은 보우소나루 44%, 아다지 4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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