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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 마시고 끝내고 싶다"던 김기춘 두달 만에 또 구속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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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 마시고 끝내고 싶다"던 김기춘 두달 만에 또 구속수감
'블랙리스트' 구속만료 석방됐다가 '화이트리스트'로 발목
金, 선고후 "병원 가까운 동부구치소로 보내달라" 호소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왕(王)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세를 떨친 김 전 실장은 석방된 지 두 달도 못 돼 다시 구치소에서 겨울을 맞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김 전 실장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월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2심에서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은 1심 재판 과정에서 "만약 특검에서 '당신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 받아라' 하며 독배를 내리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고 격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후 7월 27일 블랙리스트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구속기한이 만료된 김 전 실장의 구속을 취소했다.
석방 후 귀가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석방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의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늦은 밤 귀갓길은 아수라장이 됐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을 태운 차의 앞유리가 깨지기도 했다.


앞서 그를 구속한 게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면 이번에 다시 수인으로 만든 것은 특정 보수단체를 가려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그 책임이 엄중하다"라며 화이트리스트 사건만으로 기소된 피고인 중 형량이 가장 중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법정구속될 상황에 놓이자 건강 문제로 동부구치소에 수용되길 희망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선고 이후 황급히 마이크를 켜고 "원래 서울구치소로 구속됐다가 심장병이 위중해서 비상 시 가까운 지역 병원 가라고 해 법무부에서… (이감을 허용했다)"라고 말하며 재판부와 검찰에 구치소 배정에 배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앞선 블랙리스트 1심 재판 과정에서도 심장병 등 건강문제를 여러 차례 호소한 바 있다.
응급상황 발생을 우려한 김 전 실장 측이 대형병원이 근접한 서울동부구치소로 이감해달라고 신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승인해 수용실을 옮기기도 했다. 다만 건강을 이유로 한 보석 신청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도 화이트리스트 실행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한 혐의 외에 재판 위증 혐의가 추가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김 전 실장과 함께 이날 법정 구속됐다.
허 전 행정관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4월 20일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석방된 지 5개월여 만에 이날 실형 선고로 보석이 취소되면서 다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근무하기에 앞서 뉴라이트 계열 보수단체인 시대정신 사무국장을 지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이날 다시 구속 수감될 위기에 처했던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보수단체 지원에 가담한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판단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가까스로 재구속을 피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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