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100배 탓? 바람만 불면 넘어지는 바이오株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제약·바이오 주식이 예기치 못한 악재로 고꾸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소한 악재에도 업종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시장의 75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5일 4,053.54로 장을 마감했다. 직전 주말보다 7.42%나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한 주간 169조원에서 158조원으로 11조원이나 감소했다.
최근 제약·바이오주의 주요 하락 원인 중 하나로는 동성제약[002210]이 꼽힌다.
동성제약은 2개월여 전인 7월에 개발 중인 암 치료제 임상 결과가 해외 주요 학술지에 게재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서 한동안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별다른 발표나 해명은 없었다.
약 두 달 넘게 지난 이달 1일에야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공시를 내보냈고 주가는 그 다음 날 24.57%나 폭락했다.
동성제약의 시가총액(6천560억원)은 KRX헬스케어 지수 구성 종목의 0.42%에 불과하지만 최근 불안한 시장 심리와 맞물려 부정적인 연쇄 효과를 일으키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을 함께 무너뜨렸다.
제약ㆍ바이오 업종은 한 주 전까지도 연구 개발비의 회계처리와 관련한 금융 감독 당국의 유화적인 대응에 상승 분위기를 탔으나 금세 분위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2015년 한미약품[128940]의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을 계기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제약ㆍ바이오 주식은 임상 계획 승인이나 신약 후보물질 발견 등 사소한 호재에도 투자자가 몰리면서 급등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도 속절없이 폭락하는 경우 역시 많았다.
예컨대 2015년 내츄럴엔도텍[168330]의 '백수오 사태'나 2016년 한미약품의 불성실공시 사태,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감리 이슈, 네이처셀[007390] 주가조작 의혹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약ㆍ바이오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순간에 냉각됐다.
확실한 영업 실적 없이 미래 신약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탓에 미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작은 균열에도 큰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KRX헬스케어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일 현재 105.7배에 이른다. 시가총액이 연간 순이익의 100배를 넘을 정도로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코스피는 평균 PER이 10.91배, 코스닥은 44.63배 수준이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펀더멘털이 약한 편인데, 최근 업종 내에서 그나마 체력이 강한 편으로 평가받던 종목에서도 허가 지연 등 악재가 나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는 임상 실패나 승인 보류 등과 같은 악재가 자주 나타나 시장이 담담하게 반응하지만, 아직 이 부문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는 악재에 다소 강한 반응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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