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지운 레이디 가가에게 보내는 찬사 '스타 이즈 본'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6년 미국 미식축구리그 NFL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미국 국가를 부른 가수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였다. 이는 그녀가 휘트니 휴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스타와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한 것이다.
팝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전설적인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한 '레이디 가가'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터다. 그러나 상당수는 휘트니 휴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 얼굴은 알지만 레이디 가가 얼굴은 알지 못한다.
공연 때마다 변장에 가까운 화장을 하고 생고기 드레스 같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패션을 선보이는 그녀의 퍼포먼스에 얼굴이 묻힌 탓이 크다.
그런 레이디 가가가 영화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주연을 맡아 화장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관객을 만난다.
사실 그의 외모는 전통적인 미인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키는 미국에선 아주 작은 편인 155㎝에 불과하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킬힐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또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작은 얼굴에 비해 코는 너무 크고 높은 편이다.
'팝 음악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아이콘'으로 불린 그녀가 이런 단점에도 얼굴을 고스란히 관객 앞에 드러낸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연기한 무명가수 '앨리'는 가가 자신과도 닮은꼴이다. 노래에 놀라운 재능을 지녔지만, 외모에는 자신이 없는 앨리는 공연을 하던 바에서 우연히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 분)을 만나게 된다.
앨리는 큰 코를 가리키며 무대에 설 수 없다고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잭슨의 도움으로 최고 스타로 거듭난다. 그러나 잭슨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예술가적 고뇌, 앨리에 대한 질투 등이 뒤엉켜 조금씩 무너져간다.
'스타 이즈 본'은 1937년 개봉한 영화 '스타 탄생'의 리메이크작이다. 사실 이 영화는 1954년과 1976년에도 리메이크됐을 정도로 인기를 끈 뮤지컬 영화다.
'스타 이즈 본' 역시 영화 전체에서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뮤지컬 영화가 아닌 일반 극 영화 형식으로 전개된다.
남자 주인공 '잭슨 메인' 역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음악뿐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사랑의 힘에 집중한다. 이 영화가 단순히 무명가수 성공기가 아닌 이유다.
한때 톱스타였지만 내리막길을 걷게 된 잭슨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앨리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되고 차츰 술과 약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잭슨은 앨리의 시상식장에서 추태를 부리고 재활병동 신세를 지게 되지만 앨리는 잭슨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11곡은 모두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촬영 시 라이브로 직접 불러 동시 녹음했다.
본인 앨범도 직접 작사·작곡하기로 유명한 레이디 가가가 당연히 음악 작업에 참여했고 브래들리 쿠퍼와 컨트리 음악의 전설인 윌리 넬슨의 아들 루카스 넬슨도 함께 곡을 썼다.
영화 대미는 앨리가 드레스 차림으로 잭슨을 위한 곡을 부르는 장면이 장식한다. 충격적인 퍼포먼스에 묻혀 곧잘 평가절하되던 그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가가는 이 영화로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찾은 셈이다. 10월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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