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음주차량에 뇌사 위기 22살 군인…법조인 꿈 '산산조각'
피해자 친구들 "도로 위 살인행위 강력 처벌" 국민청원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달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인 군인 윤모(22·카투사)씨가 의식을 잃고 1주일 넘게 사경을 헤매고 있다.
윤 씨 친구들은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도로 위 살인행위'인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음주 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만취해 운전대를 잡은 사람 때문에 한 명은 죽음의 문 앞에, 다른 한 명은 끔찍한 고통 속에 있다고 현재 피해자 상태를 전했다.
이들은 "'도로 위 살인행위'인 음주 운전자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가벼운 처벌을 내리고 있다"며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에 해당한다. 여러분이 힘을 보태 더이상은 이렇게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고는 지난달 25일 오전 2시 25분께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3일 해운대경찰서와 피해자 친구 등에 따르면 박모(26)씨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34% 상태에서 BMW 320d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씨와 배모(22)씨를 덮쳤다.
두 사람은 사고 충격으로 인도에서 15m가량 날아 주유소 담을 넘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당시 윤 씨는 휴가를 나와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친구 배 씨를 만나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윤 씨는 일주일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윤 씨 친구들은 의료진이 며칠 내로 뇌사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충격을 받은 가족들은 뇌사 판정에 근거 자료가 되는 뇌파 검사에 차마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명문대 2학년을 다니고 군 복무를 시작한 윤 씨는 로스쿨을 거쳐 검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전해진다.
주변에서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며 법과 정의를 목숨처럼 중요시하던 젊은 친구의 꿈이 산산 조각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윤 씨 친구들은 "가해자 측과 동승자 모두 아직 사과조차 하러 오지 않고 그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은 상태"라며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반인륜적인 가해자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분노했다.
경찰은 가해자인 박 씨를 상대로 2차례 조사를 벌였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박 씨도 사고 때 무릎과 다리를 심하게 다쳐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며 병원 치료 상황을 보고 구속영장 신청 시기를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사고 당일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주점에서 지인들과 보드카 2병과 위스키 등을 나눠 마시고 차량을 몰고 400m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지금도 당시 사고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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