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폼페이오, 北 김정은 면담으로 '비핵화' 속도 내나
핵시설·핵무기-종전선언·대북제재 교환 형식 주목
2차 북미정상회담→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 일정이 잡히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만약 이번 방북에서 양측이 순조로운 합의를 이룰 경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속도를 내면서 남북, 북미, 남북미 관계도 급격히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오랜 줄다리기 끝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된 만큼, 이미 양측이 '물밑접촉'을 통해 기본적 의제의 틀에 합의를 이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앞선 세 차례 방북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 일정까지 미리 공개한 측면을 고려하면 '비핵화'와 '상응 조치' 관련 일정 수준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간에 비핵화 의제나 큰 틀의 방향에서 아마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됐으리라 본다"며 "의견 접근이 없었다면 김정은 면담까지 이뤄지는 상황으로 전개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동안 미국은 '선(先) 핵리스트 신고'를 요구해왔고, 북한은 '선 종전선언'을 주장하며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설과 영변 핵시설에 대한 비핵화 조치를 언급하면서 진전이 이뤄졌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담기지 않은 북한이 미국에 전달한 '플러스알파(+α)'가 무엇인지 관심을 끄는 상황에 폼페이오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 간 '특정한 핵시설 및 무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리용호 외무상은 뉴욕 유엔총회 계기 연설에서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로 북한의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지금까지 북미 양측의 언급을 놓고 보면 동창리·영변 핵미사일 시설과 이를 비롯한 특정 시설 및 무기 시스템의 폐기, 그리고 종전선언과 대북제재를 테이블 위에 놓고 북미 양측이 밀고 당기기를 하는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이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상이 순조로울 경우 비핵화의 큰 틀부터 세부 사항까지 논의를 전개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떤 방식으로든 양측 카드의 조합과 시기적 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방북에서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 관련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역할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위한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핵무기 일부를 폐기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이 요구해온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문제도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내 여론 등을 고려해 종전선언은 논의는 진행하되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넘기고, 대북제재는 당장 완화·해제는 어렵더라도 '면제'의 폭을 넓히는 방향의 합의는 가능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남북교류에 대한 제재 면제의 가능성을 확대함으로써 '수석 협상가'로서의 한국에 비핵화 협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이번 방북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11월 초·중순 워싱턴DC 등지에서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논의로 이어지고, 이후 남북미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조성렬 위원은 "미국은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핵무기 일부의 조기폐기 문제를 의제로 던졌고 북한도 그 부분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도 경제 제재에 대한 우회적 방식의 면제 확대라는 의제에 입장을 정리한 것 같다"고 봤다.
외교 소식통은 "방북 날짜와 김정은 면담이 정해진 것 자체를 성과로 볼 수 있다"며 "사실상 이번 방북은 북미 간 디테일한 비핵화 방안 협상의 시작으로서 큰 틀을 짜는 것과 우선 필요한 조치들이 모두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방북할 예정이었다가 비핵화 진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무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실제 방북까지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또 만약 이번 방북에서 실질적인 부분에 논의가 근접하지 못할 경우 북미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