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설치 유도한 뒤 악성 코드 심어…신종 보이스피싱 기승
링크 통해 앱 설치하지 말고 저금리 대출 유도는 의심부터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에 사는 A(59·여) 씨는 지난달 28일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최근 받은 대출보다 훨씬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문자에 찍힌 번호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전화를 받은 상담원과 카카오톡을 통해 대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상담원은 "신용도 조회와 대출 실행을 위한 금융기관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한다"며 앱 설치가 가능한 링크를 발송했다.
이어 "저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의 일부를 갚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앱을 설치한 뒤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대출금 300만원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았던 B 저축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A 씨는 B 저축은행이 알려준 계좌번호에 다음날 30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A 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이스피싱에 도용된 금융계좌에 돈을 입금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처음엔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분명 B 저축은행이 안내해준 금융계좌에 돈을 입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 저축은행에 다시 전화를 걸어 본 이후에 자신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A 씨는 어떻게 보이스피싱 조직의 금융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된 것일까.
바로 A 씨가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설치한 앱 때문이었다.
이 앱에 포함된 악성 코드 때문에 A씨가 건 전화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로 자동으로 연결됐다.
A 씨가 안내받은 것은 B 저축은행의 금융계좌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의 금융계좌였다.
뒤늦게 보이스피싱 당한 것을 안 A 씨는 부산 동부경찰서로 달려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처럼 앱 설치를 유도해 악성 코드를 심은 뒤 보이스피싱 조직의 금융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올해 4월 이후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앱 설치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일주일에 2∼3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천80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73.7%(764억원) 증가했다.
피해자는 2만1천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7천573명) 늘었다.
매일 116명이 전화금융사기를 당하는 셈이다.
많은 보이스피싱 사례가 알려졌지만 갈수록 수법이 지능화되고 교묘해져 오히려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
박병훈 부산 동부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스마트폰 앱 사용에 미숙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저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문자를 받거나 링크를 보내 앱을 설치하게 한 뒤 현금 송금을 유도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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