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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리용호, 유엔서 활발한 행보…미중러일 외교수장과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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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리용호, 유엔서 활발한 행보…미중러일 외교수장과 회동
사실상 '고립' 작년과 극명 대비…'넓어진 외교 공간' 반영
취재진 질문에는 침묵 유지…남북 외교회담 성사 여부 주목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활발한 행보가 시선을 끌고 있다.
리 외무상은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일본 외교수장들과 잇따라 만났다. 한반도 주변 4강과 모두 만난 셈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숨 가쁜 외교전이 유엔 무대에서도 펼쳐지는 것으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넓어진 북한의 '외교 공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뉴욕에 입성한 리 외무상은 이튿날인 2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났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북미 외교수장의 회동은 극히 이례적이며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진 북미 외교장관 회담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평양 방문과 북미 제2차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성격의 접촉이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간 회동 사실이 알려진 직후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리 외무상과의 회동에 대해 "매우 긍정적 만남이었다"면서 북미 2차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같은 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및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각각 회동했다.
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북한의 전략과 북미관계 개선 과정에서 북한을 자신들의 세력권에 묶어 두려는 중국,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6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첫 정상회담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같은 날 리 외무상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도 이례적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비핵화 협상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일본의 외교적 노력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북일 외교장관 회담은 2015년 8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일본 외무상과 리수용 당시 북한 외무상의 말레이시아에서의 만남 이후 처음이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8월 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방문 중인 싱가포르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회담 수준이 아닌 '접촉'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 외무상이 한반도 주변 4강의 외교수장과 모두 만난 상황이어서 남북 외교장관 회동 여부가 더욱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을 수행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7일 현재 뉴욕에 체류 중이다.
앞서 지난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 장관과 리 외무상 간의 남북 외교장관회담 성사 여부가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불발됐다.

리 외무상은 오는 29일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 때까지 남은 기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물론, 다른 북한의 우방국들과 적극적인 양자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의 분주한 움직임은 지난해 유엔총회 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작년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잇따라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파괴' 발언을 하는 등 북미 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었다.
이에 따라 리 외무상의 지난해 유엔총회 기간에는 중국, 러시아를 포함해 북한과의 이렇다 할 회담이나 접촉 여부가 전해지지 않았고, 북한이 사실상 고립상태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리 외무상은 25일 뉴욕 도착 당시부터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계류장에서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등 '특급 의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로 차량으로 이동했으나 올해는 유엔본부 앞 숙소에서 미측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당당히 걸어서 유엔총회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해 "개꿈"이라고 비난하고, 당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을 고려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성명에 대한 질문에는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그렇게 생각한다"며 메시지를 발신한 데 비해 올해는 취재진의 각종 질문에도 일절 대꾸하지 않으면 말을 아끼고 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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