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엔 통상압박 딴손엔 케이크…트럼프, 아베 만찬때 생일축가
강경발언으로 日 무역 압박하던 트럼프, 미국산 스테이크 대접하며 친분 과시
아베 부부, 스테이크 레스토랑 방문…쇠고기 시장 확대 대신 車관세 사수 '노림수'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찬을 할 때 케이크를 선물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일본에 대해 통상 압박을 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베 총리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사업가적인 대인관계 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아베 총리와 2시간 30분간 만찬을 하면서 지난 21일이었던 아베 총리의 64번째 생일을 케이크와 축가로 축하했다.
요미우리는 만찬에는 통역만을 대동한 채 두 정상만 참석했으며 메인 메뉴는 스테이크였다면서 코스 음식이 다 나온 뒤 커다란 케이크가 등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통역자 2명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고 전했다.
평소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아베 총리를 이름인 '신조'로 부르며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아베 총리가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와 미일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도 케이크로 아베 총리의 생일을 축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직접 아베 총리의 축하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날 만찬이 열리기 직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무역 문제에서 일본을 압박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을 돕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면서 일본과의 호혜적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걸 보고 싶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무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잇따라 일본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기자들에게 "일본은 보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오바마 전 대통령과 딜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면서 일본에 대해 무역 보복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할 때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을 잊지 않는다'고 말하며 일본의 통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의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양국간 무역 불균형 문제는 26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제외하는 것을 조건으로 쇠고기 등 미국산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나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각각 미국의 유명 소고기 스테이크점을 방문한 것도 이런 통상 협상 전략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4일 뉴욕 맨하튼의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방문해 '숙성육(肉)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전날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 이어 이틀 연속 스테이크를 맛봤다.
아키에 여사 역시 23일 다른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아베 총리 부부가 각각 방문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은 두 곳 모두 최근 도쿄에 지점을 낸 레스토랑이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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