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은행 자리두고 은행·ICT기업 '짝짓기' 본격화
농협·신한은행 관심…키움증권·인터파크도 참여 의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한혜원 채새롬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국회 통과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타이틀을 획득하려는 금융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반쪽짜리'로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번엔 규제 완화로 ICT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 기반이 마련돼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NH농협·신한·KEB하나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000030]과 KB국민은행은 이미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참여해 현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다.
남은 은행 중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농협은행은 이대훈 행장이 새 인터넷전문은행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에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005940]이 10%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은행도 합세하려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모바일뱅킹에 주력해온 은행으로 손꼽힌다. 모기업인 농협금융도 지주 내 콘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 부문을 설립하고 디지털금융 최고책임자(CDO)를 선임하며 디지털금융을 강화해오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실무 조율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한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1차 인가에 불참했으나 디지털금융에 관심이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모델을 설계한 조영서 전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인터넷 전문은행이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소비자 편익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신한금융그룹은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함께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참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3개 은행 중 가장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키움증권[039490]이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현 키움증권 대표가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키움증권은 과거 권용원 전 사장 시절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려다가 뜻을 접은 바 있다.
최대주주인 IT서비스업체 다우기술[023590]이 보유한 키움증권의 지분이 47.7%에 달해 키움증권이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된다.
당시 법령상 비금융주력자는 의결권 있는 지분 4%로 한정돼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이번엔 특례법의 국회 통과로 상황이 달라졌다.
키움증권 자체가 온라인 기반으로 증권업을 영위해왔고,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은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업체여서 키움증권이 시장에서는 유력한 인터넷전문은행 후보자로 거론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ICT 업체에서는 인터파크[108790]가 참전 의사를 나타냈다. 인터파크는 1차 모집 당시 SK텔레콤[017670]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끌었다가 선정 결과에서 고배를 마셨다.
인터파크는 당시 자신의 주력인 전자상거래 사업에 은행 서비스를 결합하면 기존 은행이 할 수 없었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ICT기업은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유력 후보자로 간주되는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부정적이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006800]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고, 케이뱅크와는 함께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금융기관과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넥슨과 넷마블[251270] 등 ICT업계 '빅플레이어'도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넥슨과 넷마블 모두 "현재로서 계획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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