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사건' 유우성 동생 "'오빠는 간첩' 진술한 적 없다"(종합)
유가려씨, 서울동부지검서 면담조사…'오빠가 간첩' 진술경위 설명
"담당검사가 사실 안 받아들여"…유우성씨 동행 "검사로서 안 될 일"
국정원 前직원 재판 증언…"간첩행위 진술 강요…원하는 답 나올때까지 때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이보배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인 유우성(38) 씨의 동생 유가려 씨가 최초 수사 과정에서 '오빠가 간첩'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가려씨의 진술을 토대로 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의도한 방향대로 가려씨의 진술을 유도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가려씨는 21일 오전 9시20분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위치한 서울동부지검에 면담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당시 (오빠가) 간첩 행위를 한 것 없다고 얘기했는데 담당 검사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사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앞으로 도와줄 거 못 도와주고 일을 수습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사실을 받아들여 주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진상이 하루빨리 밝혀지고 재판을 마무리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정원 구금 당시 변호인 접견을 거부 당하고 여러 가혹행위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고 언급했다.
가려씨와 함께 검찰을 찾은 우성씨도 "동생이 국정원에서 장기간 구금돼 구타와 여러 가지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까지 사실을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검사가 '그렇게 말하면 못 도와준다'고 말했다"며 "검사로서 절대 그러면 안 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2013년 1월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고 탈북자 정보를 북측에 넘기는 한편 자신의 신분을 위장해 정착 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허위 여권을 발급받아 행사한 혐의 등으로 유우성씨를 체포했다.
이후 검찰은 자신의 오빠가 간첩이라는 가려 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우성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가려씨의 진술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2015년 10월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가려씨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조사받을 당시 사실상 구금된 피의자 신분이었는데도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해 그의 진술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였다.
이에 검찰과거사위는 유우성씨 사건에 국정원과 검찰의 조직적 증거조작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라고 검찰에 권고했고, 대검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증거조작 여부를 재조사 중이다.
가려씨는 이날 오후엔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 심리로 열린 전 국정원 안보수사국장 권모씨 재판에 나와 합신센터에서 조사받을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권씨는 당시 가려씨를 조사하던 중 변호인 접견을 막은 혐의로 재판 중이다.
가려씨는 자신의 변호인 접견권과 관련해 당시 합신센터나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변호인들은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라 만날 필요가 없다. 접견하게 되면 사건이 더 길어지고 커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조사에서 "오빠가 간첩행위를 했다고 하라고 추궁 당했다"며 "조사관들이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밤새워 조사했다. 센터에 있는 동안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주장했다.
2013년 2월 두 차례 본인이 자필로 작성한 '변호인 접견거부 확인서'에 대해서는 "조사관들이 항상 우리 가족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면서 "조사관들이 보여주는 것을 연습한 후 보고 베껴 쓴 것"이라고도 증언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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