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꿈꾸는 '北미래'…전문가"2032년올림픽 공동개최에 담겨"
"올림픽 열려면 경제력 갖추고 국제사회 책임 있는 일원 되어야"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최고의 존엄'으로 통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2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 공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방송·신문 매체들을 통해 문 대통령을 필두로 한 남측 대표단의 일거수일투족이 여과 없이 북한 주민에게도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과 북한을 보는 국제사회의 의심은 여전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커질 대로 커져 내외적 환경 불일치가 예상된다.
과연 김정은 위원장이 꿈꾸는 북한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9월 평양공동선언 4조 2항에 명시된 "남과 북은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데 협력하기로 하였다"는 구절에 답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올림픽은 개발도상국가 이상의 국가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없는 국가가 유치할 수 없는 대회"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2032년까지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2032년 올림픽은 아직 14년이나 남은 미래의 일이고 본격적인 유치 경쟁도 7년 뒤인 2025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의 올림픽 공동개최 제안을 수용하면서 14년 뒤 북한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는 셈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나는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각종 인프라를 갖출 경제력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정상국가여야만 한다.
현재 북한에서 올림픽급 국제대회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대로 된 천연잔디 축구장이 없을 정도로 북한의 체육시설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멀어져 있다.
여기에다 가장 발전했다는 평양만 하더라도 대규모로 들어오는 외국인을 수용할 호텔 등 숙박시설이 미비하다.
또 도로 사정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북한이 올림픽 유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국제대회를 열기 위한 각종 인프라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그만큼의 경제발전의 의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북한을 14년 뒤 올림픽을 멋지게 치러낼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평양에서 귀환해 가진 대국민 보고에서 "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단 희망을 밝혔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제뿐 아니라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마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야만 한다.
각국에서 올 선수들과 해외 관람객이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국가여야만 올림픽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2032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국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여러 도시 분산 개최를 목표로 한 독일과 호주 브리즈번, 인도 등이 2032년 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국가들과 경쟁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스포츠용품조차 맘 편하게 반입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이 유지되어서는 불가능하다.
다시말해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를 위해서는 유치가 결정될 2025년 전에 북한의 비핵화가 마무리되고 각종 국제기구 가입과 평화를 지향하는 대외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김연철 원장은 "작년 한반도 정세가 불안할 때 일부 국가는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로 국제대회 유치에는 그 국가의 외교·안보적 상황이 중요하다"며 "올림픽 규모의 대회를 평양에서 열겠다는 것은 결국 핵문제가 완전 해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공동유치를 통해 읽히는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은 비핵화의 조기 완료를 통한 국제사회로부터의 인정과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경제력을 갖춘 국가의 건설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은 안보 우려가 없는 잘사는 나라를 꿈꾸고 있다"며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핵-경제발전 병진노선을 경제발전 집중노선으로 바꾸고 미국과 비핵화 담판을 통해 이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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