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교황청, 문화재 복원에 한지 속속 활용…한지 세계화 '성큼'
伊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바티칸박물관, 한지 이용해 문화재 다수 복원
25∼26일 로마에서 관련 국제세미나·워크숍 열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전 세계 문화재 복원의 중심지로 꼽히는 이탈리아와 교황청에서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를 활용해 소장 문화재를 복원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어 한지 세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로마에 있는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는 2016년 말 이탈리아의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Chartula) 등 주요 문화재 5점을 한지를 이용해 원형을 되살린 데 이어 최근 다른 2개의 문화재도 한지를 활용해 복원을 완료했다. '카르툴라'는 800년 전 가톨릭의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1182∼1226년)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문화재다.
화제를 모은 '카르툴라' 등에 이어 이번에 한지로 새롭게 복원된 문화재는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 대학에서 17∼18세기 쓰여진 학위를 모은 '카타니아의 학위집', 로마 근교의 그로타페라타 국립국가유물도서관에 소장된 '에티오피아 자필서적' 등 2점이다.
두 문화재 모두 기존에 훼손된 책의 각 페이지와 책등(책을 매어놓은 쪽의 겉으로 드러난 부분)을 연결하는 부분의 보강에 한지가 사용돼 책의 원형 보존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ICPAL에 의해 현재까지 복원된 문화재 총 7점에는 2016년 ICPAL의 인증을 받은 경남 의령군의 신현세 전통한지공방에서 제작된 제품이 사용됐다.
교황청 산하 바티칸박물관 역시 로마 카타콤베의 프레스코화를 18세기에 종이에 복제한 작품인 '로마 카타콤베 벽화 복제화' 37점 가운데 5점을 한지를 이용해 복원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바티칸 박물관은 한지를 훼손된 원본 종이와 화폭 사이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복원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칸박물관은 또한 19세기 말에 그려진 '성 루카 아카데미의 콩쿠르 출품 270번 그림'도 자체 검증 절차를 거친 한지를 사용해 복원하는 등 최근 소장 문화재 총 6점의 복원에 한지를 동원했다.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평가되는 바티칸박물관이 문화재 복원에 한지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ICPAL과 바티칸박물관의 한지를 활용한 문화재 복원 사례는 오는 25일 로마 ICPAL 본부에서 열리는 국제 세미나 '색의 신비-동서양의 비교'를 통해 소개된다.
ICPAL이 개최하고 주이탈리아한국대사관, 국립문화재연구소, 바티칸박물관,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이 공동 후원하는 이날 세미나에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 복원용지·재료 판매업체 관계자 등이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ICPAL 소장, 키아라 포르니치아리 바티칸박물관 종이복원팀장이 지류 문화재 복원에 한지를 활용한 구체적인 사례를 발표한다.
또한, 마리나 비키에리 ICPAL 화학연구담당관, 동덕여대 회화과 이승철 교수가 양국의 천연 염색 기법을 각각 소개하고, 향후 이를 문화재 복원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26일에는 장성우 한지 장인이 이탈리아 복원전문가들을 상대로 한지에 천연 염색을 하는 방법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한편, 그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주요 지류 문화재 복원에 이탈리아 종이나 일본 화지 등이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2014년 10월 한국의 문화재청과 이탈리아 문화부 사이에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결합성과 보존성이 뛰어나 복원에 적합한 한지의 특성을 현지에 적극적으로 알린 덕분에 최근 한지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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