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곱가지 교육의 미신·뉴스 생태학
이빨·왜 전쟁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가지 교육의 미신 =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지음. 김승호 옮김.
90년대 이후 비판 없이 도입돼 교육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친 교육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학생 주도의 수업이 효과적이다', '지식보다 역량이 더 중요하다',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프로젝트와 체험 활동이 최고의 학습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의식화 교육이다' 등.
책은 이런 이론들이 명확한 근거 없는 '교육 미신'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2017년 영국 교육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에 선정된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그는 가방끈 짧은 저소득층 부모 아래서 자라 11살 때 장학금을 받고 워릭대 영문과에 진학한 뒤 학습부진 학생들을 가르칠 목적으로 교사가 돼 3년간 중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기존 수업에 한계를 느끼고 더 나은 교육법을 찾아 휴직한 후 교육 이론과 정책, 인지과학 등을 공부한 그는 교사들이 교육에 관해 배운 것 중 상당 부분이 잘못됐고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현재 영국 교육평가연구소 '노 모어 마킹(No More Marking)' 교육본부장이다.
책은 7가지 '교육 미신'을 7개 장에 걸쳐 이론적 배경, 적용 사례, 미신인 이유 등으로 나눠 설명함으로써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이를 위해 존 듀이, 파울로 프레이리, 루소 등 권위 있는 교육 철학자들과 현대 교육학자들의 자료를 통해 '교육 미신'들의 철학적 근원을 추적하고, 교육청 매뉴얼, 영국 정부 간행물, 교육 관련 언론 기사들을 통해 실제적인 증거를 찾는다.
책은 출간 후 영국 교육계에서 뜨거운 찬사와 함께 반발을 샀다.
페이퍼로드 펴냄. 272쪽. 1만6천800원.
▲ 뉴스 생태학 = 토미스 페터슨 지음. 오현경 옮김.
잘못된 정보가 왜 여과 없이 보도될까? 언론보도는 더는 사람들에게 안심하고 믿을 만한 정보의 출처가 되지 못한다. 책은 오늘날 신뢰성을 상실하고 위기에 빠진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하버드대학 존 F.케네디스쿨의 쇼렌스타인 언론·정치·공공정책센터에서 정치와 언론 분과 전담 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한다.
책은 오늘날 저널리즘의 가장 큰 결함으로 '정보의 오염'을 꼽는다. 언론이 오염된 정보를 적절히 걸러내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뉴스로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 이 때문에 분열되고 소란해진 공론장 속에서 언론도 대중의 지지와 신뢰를 잃어 존재론적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기존 저널리즘 방식으로는 현재의 결함을 결코 메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성 언론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의무보다 이윤과 편의성을 너무 자주 앞세웠다고 비판한다.
"유명 인사와 재난 및 범죄에 집착하고, 정책 문제와 쟁점에 대한 보도를 훼손하면서 전략적 프레임에만 의존하며 사건을 탈맥락화하는 버릇을 비롯한 저널리즘의 경향성은 뉴스가 할 수 있는 한, 그리고 응당 그래야 하는 만큼 정보 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한울엠플러스 펴냄. 272쪽. 2만9천원.
▲ 이빨 = 피터 S.엉거 지음. 노승영 옮김.
5억 년에 걸쳐 진화한 이빨이 동물 진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고찰한다.
저자는 미국 아칸소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평생 이빨 연구에 매진했다.
책은 이빨의 진화와 그로 인한 섭식 효율 향상이 지구상 다양한 생물 진화를 추동했다고 분석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최초의 이빨 가진 어류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이빨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구조와 기능을 살핀다. 종마다 다양한 이빨의 크기와 모양, 구조, 마모, 화학 조성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대부분 척추동물은 이갈이를 하는데 상어는 수백 번 할 수 있지만 인간은 한 번만 한다. 이갈이는 턱 성장과 연관되는데, 인간은 치아가 여러 세대에 걸쳐 점차 커질 필요가 없고 두 세대면 충분하다.
대다수 포유류는 이갈이 패턴이 인간과 다르다. 생쥐는 태어날 때부터 성치지만, 이빨고래는 성치가 아예 나지 않는다. 바다코끼리, 하마, 멧돼지 등은 송곳니가 엄니로 변형된다.
"생물이 성장하고 생존하고 번식하려면 주위 생물을 잡아먹어 연료와 원료로 삼아야 한다. 이빨이 중요한 이유는 먹는 자와 먹히는 자 사이에서 둘을 중개하기 때문이다. 이빨은 다윈이 말한 자연의 '생존경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
교유서가 펴냄. 208쪽. 1만3천원.
▲ 왜 전쟁까지 = 가토 요코 지음. 양지연 옮김.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기까지 10년간 상황과 전쟁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집중 분석한다.
저자는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 전작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서해문집 펴냄)를 통해 청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근현대 50년을 전쟁을 통해 고찰한 바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일본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묶었다.
저자는 일본제국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할 수 있었던 세 번의 기회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만주사변 이후 국제연맹조사단(리튼 조사단) 중재를 거부한 일본의 국제연맹 탈퇴, 두 번째는 2차 세계대전 발발 1년 뒤 일본이 독일, 이탈리아와 체결한 삼국군사동맹, 세 번째는 진주만 공격 전 9개월간 진행된 미·일 교섭이다.
저자는 역사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임의 규칙이 불공정하거나 심판이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이 국가와 맺은 사회계약이 깨졌다고 절망하지 말고 게임의 규칙을 공정하게 바꾸거나 심판을 공평한 사람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 방법을 역사에서 배우는 일, 그 일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합니다. … 일본이 전쟁의 길로 나아가며 경험한 세 번의 교섭을 돌아보며 '선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계절 펴냄. 440쪽. 2만1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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