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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떠오르는 건강지표 '악력'…"부모님과 악수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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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떠오르는 건강지표 '악력'…"부모님과 악수해볼까"
악력 약하면 심장건강·비알코올성 지방간·자살생각 위험↑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악력'은 손으로 무언가를 쥐는 힘을 뜻한다. 하지만 자신의 악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악수할 때 상대방의 약력과 비교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이런 악력이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척도로 유용하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추석 명절을 맞아 부모님을 찾아뵌다면 가볍게 악수하면서 악력을 가늠하고, 건강 이상 여부를 체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악력 약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자살생각' 위험 높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대사증후군 및 관련 장애'(Metabolic Syndrome and Related Disorder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악력과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2014∼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80세 8천1명을 대상으로 상대악력(자신의 체질량지수로 나눈 양손의 평균 악력)을 측정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 여부를 조사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말 그대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사람의 간에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선 상태를 말한다. 장기간 방치하면 지방간염(간세포가 파괴되는 염증상태)을 거쳐 간경변 또는 간세포암(간암)으로도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30.3%였다. 이중 상대악력 표준편차 수치가 한 단계 낮을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일 위험은 1.47배 높았다.
이가영 교수는 논문에서 "악력이 약한 것은 사회인구학적 특성, 체중, 대사증후군, 공존질환, 생활습관과 관계없이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 연구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교수팀은 또 악력이 약한 여성일수록 우울장애, 자살성 생각과 관련이 크다는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근골격계와 신경세포의 상호작용'(Journal of Musculoskeletal and Neuronal Interactions) 최신호에 발표했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남성 2천167명과 여성 2천643명을 분석한 결과다.
통상 우울장애가 심해질수록 체내 인터류킨-6, C-반응성 단백질 등의 염증 수치가 올라가는데, 이게 악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상대악력이 약한 것은 여성의 우울장애와 자살성 생각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면서 "자살 등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상대악력 증진,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치아 개수 적을수록 악력도 약하다"
악력과 치아 건강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을지대 치위생학과 신혜선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치주과학 저널'(Journal of Periodontology)에 최근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14∼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7천7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남은 치아의 수에 따라 세 그룹(9개, 10∼19개, 20∼28개)으로 나눈 다음 디지털 악력계로 악력을 측정했다.
이 결과 남녀 모두에서 치아 개수가 적은 그룹일수록 악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아 1개는 남녀별로 악력을 각각 0.12㎏, 0.07㎏ 증가시키는 요인이었다.
특히 각종 변수를 보정했을 때 치아 개수가 0∼9개인 남성은 20∼28개인 남성에 견줘 악력이 약할 위험이 1.73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누적되는 구강 건강 문제가 병태 생리학적 변화를 동반함으로써 골격근량이 줄어들고 이게 결국 악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혜선 교수는 "근력이 감소하면서 저작근의 약화로 발생한 치아 손실이 결국 씹기의 불편함을 유발하고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노년기에 많은 수의 치아를 유지하는 게 노쇠 예방뿐만 아니라 근력에도 중요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 "악력이 '심장건강·삶의 질'에도 큰 영향"
악력이 심장건강의 척도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인구집단건강연구소 연구팀이 2015년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 17개국 35∼70세 13만9천691명을 대상으로 악력을 측정하고 4년 동안 추적한 결과, 악력이 약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조기사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악력이 5㎏ 줄어들 때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6%,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17%, 심혈관질환 이외의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7%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은 각각 7%, 9% 높았다.
이밖에 캐나다 컨커디어대학 연구팀은 2014년 국제학술지 '서포트 케어 캔서'(Support Care Cancer)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203명의 중증 암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악수할 때 손힘이 약한 환자는 생존율이 떨어지는 연관성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국내에서는 악력이 약하면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발표가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20세 이상 남녀 4천620명(남 2천70명, 여 2천550명)을 대상으로 악력과 삶의 질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악력이 가장 약한 그룹은 가장 강한 그룹에 견줘 움직일 수 있는 정도를 평가하는 '운동능력 문제'가 최대 2.1배까지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근감소증을 예방하고 근육의 힘을 향상할 수 있는 근력운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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