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두루미와 함께 남북교류…"평화의 길 열 것"
2020년부터 북한과 한반도 두루미 서식지 복원 사업 추진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순천시가 한반도를 찾는 두루미를 매개로 남북교류를 추진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24일 순천시에 따르면 해마다 10월이면 순천만에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 2천여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난 뒤 이듬해 3월 말쯤 북쪽으로 이동한다.
북한에서는 갯두루미라 불리는데 청천강 하구에 있는 문덕 철새보호구에 중간 기착해 몸을 풀었다가 시베리아로 날아간다.
순천만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버려진 갯벌이었지만 행정당국과 시민의 노력으로 회생해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가 다시 찾았다.
북한도 함남 안변평야에서 1990년대 식량난으로 두루미가 사라졌으나 국제두루미재단이 장비와 시설 등을 지원해 다시 찾는 등 순천과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순천시 전역과 금강산이 함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남북교류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자 순천시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순천시는 내년 5월에 한반도 두루미류 보전 국제학술대회를 열기로 했다.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와 국제두루미재단, 한스자이델재단의 후원으로 열리며 북한을 비롯한 국내외 두루미 전문가와 활동가 등 300여명이 참가해 두루미 월동 현황과 정보를 공유한다.
이와 함께 2020년부터 3년간 남북 공동으로 한반도 두루미류 서식지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
복원 사업이 성사되면 순천과 철원, 고양 등 남측 지역과 문덕, 안변 등 북측 지역에서 두루미 서식지를 공동으로 조사하게 된다.
남북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순천-금강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순천과 지명이 같은 평안남도 순천시와 교류협력도 추진한다.
평안남도 순천시에 순천정원을 조성해 계절별로 꽃축제를 열고 남북 문화교류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결핵퇴치를 위한 X-레이 기계와 약품을 지원하고 순천 특산품인 매실액기스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만을 찾는 두루미가 평화의 메시지를 물고 북쪽으로 날아가 남북 평화를 앞당기는 전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순천만국가정원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순천만 등 북한과 생태 교류를 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 순천이 평화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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