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새 통로로 뜬 '빈 채널'…'IAEA·CTBTO' 둔 중립무대
빈 선택배경 주목…북미 대사관과 핵검증기구 위치 등 고려한 듯
폼페이오, 영변 핵시설 관련 "美·IAEA 사찰단의 참관" 강조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한과의 후속 협상 장소로 오스트리아의 빈을 지목, 그 배경이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우리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의 대표자들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관련국 전문가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북측이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는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토대로 조속히 북미 간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 제시한 오스트리아 빈은 과거 북미협상 사례를 찾기 어려운 비교적 생소한 장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는 스위스가 무대였으며, 과거 북핵 6자회담도 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기본적으로는 오스트리아 빈에 북한과 미국 대사관이 주재하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빈이 서방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비교적 '중립적' 지역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
[풀영상] 남북정상회담 서명식부터 공동기자회견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일각에서는 빈에서 17~21일 일정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연차 총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측 비건 대표의 총회 참석 가능성과 이와 맞물려 빈을 장소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IAEA 총회에 참석하더라도 북미협상과 시기를 맞추기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핵 검증을 담당해온 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다.
미국이 향후 북한의 핵 검증을 염두에 두고 IAEA와 CTBTO가 자리 잡고 있는 빈을 협상 장소로 택했을 가능성을 관측해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북핵과 관련해 검증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돼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IAEA 사찰단'이라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우리는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향한 조치 차원에서 이미 발표했던 대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미국과 국제적 사찰단의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는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결정을 한 데 대해 환영한다"이라면서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참관'을 강조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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