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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동선언]'전쟁위험 해소' 주춧돌 섰다…모든 공간서 적대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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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동선언]'전쟁위험 해소' 주춧돌 섰다…모든 공간서 적대중지
분단후 첫 적대행위 중단구역 설정…"항구적 평화정착·비핵화 견인"
서해 평화수역·공동어로구역 설정…'화약고 NLL' 평화적 이용 발판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19일 채택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군사합의서)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본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5조 20개 항의 군사합의서에는 그간 남북 군사당국 간에 합의된 신뢰조치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우리 국방장관과 북한 인민무력상이 군사합의서에 서명한 행위 자체가 그 이행력을 확실하게 담보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반도의 땅·바다·하늘에서 모든 적대 행위를 전면중지하고,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 이번 군사합의서의 핵심으로 보인다. 합의서에는 명기되지 않았지만, 차후 사이버 공간까지도 적대행위 중지 영역에 포함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조치는 '전쟁 위험'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두 정상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는 "남북 간 첨예한 대결 상태에 따른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적 상황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과거와 같은 군사적 긴장 및 위협 상황이 반복적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남북 군사 당국의 진정성있는 노력을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남북 간 안정적 안보 환경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 와 평화체제 구축 추진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합의서에 분단 후 처음으로 지상과 해상, 공중에 적대 행위 중단구역을 설정한 것은 '전쟁의 공포감'을 벗기는 의미 있는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남북은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이 구간은 정전협정 이후 총 96회의 상호 포격전이 발생했을 정도로 국지 충돌 위험이 큰 지역이다.
파주 지역에는 미군의 스토리사격장이 포함돼 차후 후방으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군 측은 대체 훈련장 부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동·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서해 덕적도~초도, 동해 속초~통천)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동해 80㎞·서해 135㎞)으로 지정해 포 사격과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북한 해안포 포구 덮개와 남북 함정의 함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에 합의한 것도 기대 이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서해 해상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합의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반도의 화약고'나 다름없는 NLL 일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구체적인 범위와 관련해선 차후 구성될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동·서해 해역에서 모든 포성·총성이 사라질 것"이라며 "분쟁의 바다가 평화의 바다로 바뀌게 됐다"고 강조했다.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을 항공기 기종 별로 구체화한 것도 공중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 합의는 11월 1일부터 적용된다.
현재 MDL에서 남북 8㎞가량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최대 5배가량 후방지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비행금지구역을 후방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북측이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한미군의 정찰능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접경지대에서 양측의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자칫 충돌이 국지전으로 확대하지 않도록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의 범위를 넓힌 것도 눈에 띈다.
지상과 해상에서는 경고방송→ 2차 경고방송→ 경고사격→ 2차 경고사격→ 군사적 조치 등 5단계 절차를 마련했다. 공중에서는 경고교신 및 신호→ 차단비행→ 경고사격→ 군사적 조치 등 4단계로 이행토록 했다. 남북은 차후 군사실무회담 등을 통해 경고방송 수단과 횟수, 경고사격 수단 및 횟수 등을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 조치들은 예상대로 쉽게 풀렸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각종 남북 협력사업을 진행할 필요성에 일찌감치 공감해서다.
DMZ 내에서 상호 1㎞ 이내에 근접 설치된 GP(감시초소) 11개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서부지역 5개, 중부지역 3개, 동부지역 3개 등이다. 먼저 기관총과 무반동총, 박격포 등 배치된 화기와 장비에 이어 병력을 철수한 후 시설물을 완전히 파괴하고 상호 검증하는 순서로 철거 작업이 진행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도 평화와 화합의 장소로 바뀌게 된다.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약 1개월간 비무장화 조치에 나서는데 먼저 정전협정 합의대로 남북한군 각 35명의 비무장 인원이 함께 근무하는 공동경비체제로 복원된다. 판문점을 방문하는 남·북 및 외국인 관광객, 참관인원들의 자유로운 왕래도 보장하는 방안으로 진행된다.
국방부는 "비무장화 이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교류 접촉할 수 있는 평화의 상징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DMZ의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국군의 날인 다음 달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하고, 내년 2월 말까지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해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시범적 공동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도 인도주의 사업으로 꼽힌다.
이는 남북이 6·25전쟁 전사자 유해를 처음으로 공동 발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곳에는 국군 전사자 200여 구를 비롯해 미군·프랑스군 등 300여 구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공동위원회 구성과 가동, 군사당국자(군 수뇌부)간 직통전화 설치를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도 더욱 진전된 '군축' 합의를 견인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NLL을 완전한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방안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NLL을 기준으로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서다.
군의 한 소식통은 "남북 군사당국 간 협의가 이뤄질 때부터 송영무 국방장관은 NLL 기준 등면적 원칙을 강하게 고수했다"고 전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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