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빵집에 크루즈 여행까지…北연고 기업들 북한 진출 기대↑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실향민 출신 경영자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최근 남북 관계 해빙 무드에 직접 동참하고 있다. 허 회장은 1949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북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3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프레스센터에 파리바게뜨 부스를 설치하고 19∼20일 취재진과 자원봉사자와 시설관리자, 경찰 등 수천 명의 관련 종사자들에게 간식용 빵과 샌드위치, 생수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은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식음료를 판매해달라고 요청해오자, 아예 무상 지원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SPC는 한국 제빵산업의 효시다. 창업주 고 허창성 명예회장이 해방된 해인 1945년 10월 28일 황해도 옹진에 터를 잡고 작은 제과점 상미당(賞美堂)을 열었다가 전쟁 직후인 1953년 을지로 4가로 옮겨 재창업했다. 상미당은 삼립(三立)을 거쳐 현재 SPC로 진화했다.
허 회장은 평소에 "북에 맛있는 빵을 제공하고 싶다"고 자주 언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 안팎에선 남북 교류가 가능해지면 북에 상미당(파리바게뜨)이 다시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창업주가 북한에 고향을 둔 기업들 사이에서 이처럼 대북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산이 고향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북한 관광 관련 사업을 20년 전부터 추진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향이기도 한 원산에서는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한창이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북한 개성관광 사업을 추진했다가 접었으나 수차례 북한을 다녀오는 등 북한 관광 사업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 롯데관광 사장은 "김 회장이 원산이 고향이다 보니 애정이 깊어 북한 관광 사업을 20년 전부터 추진해왔다"며 "북한도 수차례 다녀왔고 북한 크루즈관광 사업을 염두에 두고 속초 크루즈항 건립도 직접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크루즈관광 사업으로 페리와 크루즈, 비행기 여행 등 크게 3가지 관광상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관광은 외국 크루즈업체와 연계해 속초, 원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북해도 등을 거쳐 제주, 부산으로 가는 코스를 짜놨다. 비행기로 이동해 북한 등을 둘러보는 여행상품도 고려하고 있다.
또 2박 3일이나 3박 4일 일정의 속초-원산 간 크루즈 여행 코스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광은 페리가 속초에서 출발해 원산에 정착, 현지와 평양 등을 관광하고 돌아오는 상품이다.
1946년 황해도 송화에서 태어난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전쟁 때 포항으로 내려와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대북 사업 추진에 다소 신중한 편이지만, 북에 화장품 보급 구상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북한 화장품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며 "사업이 보장된다면 북한 사람들에게 좋은 화장품을 공급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몇 년 전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와 "북한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고 말이 통하며 자연스러운 협력 벨트를 구축하면 좋은 사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남남북녀'라는데, (남한의) 좋은 품질의 화장품을 북한 여성들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남북 경제교류가 이뤄지고 북에서 사업 여건이 조성되면 공장 설립 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북한 출신인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다양한 북한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북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 회장의 부친이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선대 회장은 황해도 평산 출신의 '개성상인'으로 1947년 광복 정국의 혼란에 서울로 내려왔다. 창업주는 평소 북한 여성들에게 화장품과 비누 등 생활용품을 공급하기 위해 평산에 생활용품 공장 건설이 꿈이라고 밝혀왔다고 한다. 서 회장과 아모레퍼시픽은 북한 어린이의 영양 개선과 보건서비스 증진을 지원하고자 유니세프 등 3개 기관에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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