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남북 철도연결 땐 한국 물류중심지로 성장"
무협·美CSIS 콘퍼런스…"제재 해제 맞춰 단계적 협력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남북 간 철도 연결로 유라시아 및 환태평양 지역 간 교역이 활성화하면 한국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고 물류기업들에도 사업 확대 기회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대북 경제 제재로 인해 현재로선 경제 협력이 제한적이며, 제재가 단계적으로 풀리는 것에 맞춰 협력 가능한 사업을 하나씩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평양 정상회담이 개최된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공동으로 '리커넥팅 아시아(Reconnectiong Asis)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남북 간 철도 연결의 상징적 의미와 경제적 효과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현재는 남북 간 경색으로 물류 혈맥이 막혀있으나 이미 연결된 서울-평양에 이어 트랜짓 포인트(환승지점)인 부산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관련 국가들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큰 편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여객이 아닌 화물운송은 당장도 가능한 만큼 신속한 합의가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 원장은 특히 동북 지역의 철도 인프라가 지난 10년간 굉장히 발전해 부가가치가 높아졌다면서 "한국 물류업체가 연결된 철로를 기반으로 해외기업과 물류 합자회사를 만들고 경제성 높은 사업을 하면서 다국적 스마트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선 CJ대한통운[000120] 포워딩본부장은 "철도물류가 항공 및 해상물류만큼 개발되면 사통팔달의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물류 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전 세계를 잇는 핵심적인 물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일례로 현재는 미국 업체의 비타민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소수 국가로 항공으로 운송하지만, 철도가 연결돼 내륙으로 한 번에 들어갈 수 있게 되면 한국과 유럽 사이의 철로 인접 국가 64개국에 물건을 모두 배송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활용한 북방물류 사업을 이미 하는 현대글로비스[086280]도 남북 간 철도 연결 시 이 사업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구형준 현대글로비스 전무는 "지금은 제품을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선적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운송하고 이후 TSR로 환적하는 구조인데, 나진-하산 쪽으로 철로가 뚫리면 바로 TSR 연결이 가능하므로 상당히 편리해지고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북 경제 제재가 해제돼야 철로 연결을 비롯한 남북경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리사 콜린스 CSIS 연구원은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 상황은 어렵다"며 "북한 내에서 상당한 변화, 즉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제재는 해제되지 않고 경제적 참여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희승 철도기술연구원장은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가 한꺼번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핵화 및 제재 해제 단계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경제 협력을 해나가고 지속적인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콜린스 연구원은 북한 인프라 개발 및 경협을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공(public) 펀드, 즉 납세자 세금으로 자금을 메워야 한다면 경제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국민이 추가로 세금을 내길 꺼릴 수 있다"며 "공공 펀드와 사적(private) 펀드를 함께 고려하고 중국 등 해외국가와 협력하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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