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에서 애플워치·에어팟은 빼줬다…中 대응 주목
미국 R&D 투자·소비자에 부담주는 '부메랑 효과' 의식
中, 美 관세면제물품 주목…"수출제한으로 고통 주자" 논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대중 관세폭격에서 제외한 물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관세부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오히려 저해할 것으로 판단된 품목들인데, 중국은 이를 미국의 약점으로 주시하고 있어 무역전쟁의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면서 애초 예정된 6천31개 품목 가운데 297개 품목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제외했다.
미국의 간판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중국에서 제조해 들여오는 기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블루투스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하는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장치들이 제외돼 애플워치, 에어팟 등이 이에 포함됐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애플은 생산체계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부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올해 초 중국 공산당 기관지도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최대 피해를 볼 곳으로 애플을 지목한 바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로 미국이 오히려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다른 업계도 관세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미국인들이 피해를 본다며 재고를 요구해왔다.
건강을 위해 몸에 착용하고 신체변화를 측정하는 피트니스 트래커도 이번 고율관세 부과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 기기의 미국 선두주자인 핏비트는 중국에서 만들어오는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고 밝혀왔다.
관세 때문에 미국에서 이뤄지는 연구개발 투자가 차질을 빚고 고용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핏비트의 변론을 트럼프 행정부가 수용한 셈이다.
중국과의 기술경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물품들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상에서 흔히 소비되지만 미국 내에서는 고임금 때문에 만들기 어려운 자전거 헬멧, 유아용 식탁의자, 어린이용 카시트, 아기놀이용 울타리 등이 그 품목들이다.
반면 라우터(공유기)처럼 컴퓨터 네트워크에 이용되는 일부 장비는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관세가 부과된다.
시스코, 델, 휴렛 패커드, 주니퍼 네트워크 등 IT기업들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면제를 요구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3차 관세부과 계획에는 1, 2차 때와는 달리 소비재가 대거 포함된 것이 차이점이다.
계획대로 일단 10%로 시작해 내년부터 25%를 본격 부과하면 소비자들이 물가상승을 피부로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자전거, 카약, 피트니스 트래커, 명품 핸드백, 유아용 카시트, 가죽소파, 커피메이커, 냉장고, 오리털 이불이나 재킷 등에서 그 변화가 느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은 이미 맞불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미국이 약점으로 배려하고 있는 부분들에 타격을 가해 최대한 큰 고통을 주는 방식의 반격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러우지웨이(樓繼偉)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지난 16일 발전고위층포럼 발표에서 공급사슬의 핵심 중간재와 원자재, 부품 수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우 주임은 "이런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미국 정부가 관세목록에서 제외한 물건들, 미국 기업들이 전력을 다해 관세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호소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핵심 중간재 등의 수출을 끊으면 미국이 대체재를 찾는 데까지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미국이) 전쟁의 고통을 맛봐야 무역전쟁을 멈추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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