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제포경위 탈퇴' 위협했지만 진퇴양난…엄포에 그칠 듯
탈퇴시 남극해의 기존 '조사포경'도 포기해야…日정부 내 신중론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상업적 목적의 고래잡이를 허용하자는 자국의 제안이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거부되자 'IWC 탈퇴 기능성'을 내비치며 엄포를 놓은 일본이 막상 탈퇴 여부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집권 자민당과 정부 일각에서 탈퇴론이 나오고 있지만 막상 탈퇴하면 '조사포경'을 내세워 그동안 해오던 고래잡이마저 포기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탈퇴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정부 내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탈퇴위협'이 엄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W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부 해안도시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열린 총회에서 상업적 포경을 허용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표결에 부쳐 반대 41개국, 찬성 27개국으로 부결했다. 일본은 고래 개체 수가 충분히 회복된 만큼 1986년부터 30년 넘게 시행해온 상업적 고래잡이 유예조치를 해제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대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IWC의 의사결정 요건완화를 함께 제안했다.
중요 사항 결정에 필요한 회원국 4분의 3 찬성 요건을 과반수 찬성으로 낮추자고 한 것. 포경금지해역 설정을 쉽게 할 수 있게 해 포경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일본은 이번 총회가 포경 반대국인 미국이 6년에 한 번 알래스카 원주민의 포경 쿼터를 요청하는 시기임을 감한, '특별취급'을 요구하는 미국의 협력을 기대했다. 다른 포경 반대국으로부터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극적인 지지를 얻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그러나 알래스카 원주민의 포경 쿼터가 12일 일찌감치 인정되자 기대했던 미국도 일본의 포경허용 제안에 반대했다. 13일에는 총회 개최국인 브라질이 고래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플로리아나폴리스(Florianopolis) 선언'을 제안해 찬성 다수로 가결됐다. 이 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고래보호를 중시하는 IWC의 입장을 강조하는 결과가 됐다.
예상외의 사태 전개에 실망한 다니아이 마사아키(谷合正明) 일본 농림수산성 부대신은 "상업적 목적의 포경이 완전히 금지된다면 일본은 IWC 회원국 지위를 재검토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탈퇴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 졌다. 그는 총회 후 일본 기자들에게 "반(反)포경국은 상업포경의 재개를 용인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IWC 탈퇴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7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다니아이 부대신의 발언이 보도된 후 "탈퇴를 결정한 건 아니다"라며 진화에 부심했다.
신중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건 탈퇴할 경우 남극 등지에서 해오고 있는 조사포경도 계속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남극조약은 IWC, 유엔해양법조약 등 국제기구와 연대해 자원관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IWC를 탈퇴 후 조사포경을 계속하면 남극조약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 마이니치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초래해 외교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일본은 타개 방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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