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증권감독위 수장, 중도 사퇴…"정치적 압력 때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증권감독위원회(Consob) 수장이 정부의 사퇴 압박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탈리아 증시를 감독하는 기관인 Consob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마리오 나바(51)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중도좌파 민주당 집권 당시 임명된 그가 재직 중이던 유럽연합(EU) 고위직에 사표를 내지 않고, 파견 형식으로 Consob 위원장직을 수행해온 것을 문제 삼아 그에게 사임을 종용해 왔다.
정부는 그가 EU 집행위원회 고위 직원 신분으로 Consob을 맡음으로써 독립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나바 위원장은 EU 집행위원회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재정과 은행 부문의 새로운 규제를 입안하는 직책을 수행했다.
나바 위원장은 그러나 사직서에서 "Consob으로의 파견 문제는 이탈리아 정부와 EU 관련 기관에서 승인을 받은 일"이라며, 자신의 사퇴를 둘러싼 논란은 "순전히 정치적인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친정부 논조를 보이고 있는 일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는 "나바 위원장이 세금 혜택과 연차 수당을 유지하기 위해 EU 직원 신분을 계속 유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그의 사퇴를 앞장서 압박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이자 포퓰리즘 정부에서 부총리 겸 산업장관을 맡고 있는 루이지 디 마이오는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우리는 국제 금융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고, 자유롭게 수행할 나라의 일꾼을 정부 요직에 임명할 것을 국민에게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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