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경제 밀월 관계'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덕분
中, '日 끌어들여 미 견제'…日, 아베 3선 앞두고 '가시적 성과' 필요
日 재계, '미·중 사이서 균형 잡기' 고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과 중국의 경제관계가 '밀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經團連) 등 주요 경제3단체 대표들은 12일 베이징(北京)에서 경제정책 최고 책임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나 제3국에서의 공동사업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동방경제포럼 참석 차 러시아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인 양국관계가 모든 면에서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 3선에 도전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국내외에 과시할 구체적 성과로 중국과의 경제분야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겨냥, "중일 양국은 자유무역체제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해 개방적인 세계경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2위와 3위 경제대국이 보호무역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과시해 트럼프 정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을 끌어들이는게 중요하다"면서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사태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얼어붙었던 양국의 경제관계를 일거에 밀월관계로까지 밀어붙인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이라는게 일반적 해석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13일자 아사히(朝日)신문에 경제관계 정상화를 비롯한 양국의 급속한 접근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리커창 총리는 12일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 회장 등과 만난 후 "양국관계가 새로운 발전을 이뤄 안정되고 건전한 관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유럽과 중국이 연대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일본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체상태이던 양국의 경제외교가 재개된 계기는 일본이 작년 6월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의 협력선언이었다.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분쟁 격화로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금년 5월에는 리커창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금융분야 협력강화에 합의하는 등 경제외교가 정상화 됐다. 미국은 중국과 일본 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조치를 취했다.
양국의 경제협력은 10월 하순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 밀월기" 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정책 운용의 핵심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간부는 관세인하 등 대외개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일경제협력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으며 양국의 협력여지와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일본 재계도 적극적이다. 가마 가즈아키(釜和明) IHI 상담역은 "중국의 사이버 기술과 일본의 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사 히로미치(岩沙弘道) 미쓰이(三井)부동산 회장은 "중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스마트 시티 건설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이 2015년에 내놓은 첨단기술 육성 장기전략인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기술패권을 저지하려는 미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정책이다. 미국은 일본이 이 전략에 말려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 등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은 일본과 안보와 경제면에서 전통적으로 긴밀한 관계다. 일본 측 경제사절단 단장인 무네오카 쇼지(宗岡正二) 신닛테쓰스미킨(新日?住金) 회장은 "어느 한쪽과만 가까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해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절단의 다른 간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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