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유산 사업주·국가 책임 강화해야"…인권위 법개정 권고
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 개정 권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생식 기능을 해치는 환경으로부터 노동자와 그 자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생식 건강 유해인자는 생식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비롯해 야간근무, 입식 근로 등 작업환경까지 포함한다. 특히 불임, 유산, 선천성 장애아 출산 등 사람의 생식기능이나 태아의 발생·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생식 독성 화학물질은 노동부 기준으로 총 44종이 관리되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산업안전보건협약도 국가와 사용자는 모든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내재한 위험 요소를 최소화기 위한 조치를 다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2016년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생식 독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노동자는 20%가량으로 일부에 불과했고, 생식 건강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만 생각했다. 또한, 난임, 불임, 선천성 장애아 출산 등이 업무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은 낮았다.
또한, 사업주는 작업장 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안전보건교육 등을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고지나 교육이 부족했다.
더욱이 산업재해 보상 신청과 판단을 위한 안전보건 관련 자료를 사업장에 요구하면 사업주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인권위는 "최근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나 의료기관 간호사가 선천성 장애아를 출산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는 생식 건강 유해인자 노출이 당사자뿐 아니라 그 자녀에게도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쉽게 알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 고지 방안을 마련하고, 노동자에게 작업장 내 안전보건 관련 자료 열람·제공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나온 임산부 등에게 시킬 수 없는 업무에 생식 독성 물질 취급 업무를 폭넓게 포함해야 하고, 근로기준법 내 야간근로 인가 대상에서 임신 중인 여성을 제외하거나 인가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인권위는 업무로 인한 자녀의 건강 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귀책사유가 없는 노동자에게 경제적 책임과 정신적 고통을 떠넘기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업무에 따른 자녀의 건강 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해석·적용하고, 논란 해소를 위해 산재보상보험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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