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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강한 압박에 막힌 벤투 감독의 '경기 지배 축구'
남미 강호 맞서 치열한 공방 펼쳤지만 골문 여는 데는 실패
벤투 감독, 9월 A매치 데뷔전 1승 1무로 '절반의 성공'



(수원=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벤투호의 도전이 남미의 강호 칠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파울로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평가전을 앞두고 "칠레전은 일주일 동안 훈련한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2-0 승리 때 보여줬던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벤투식 축구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해 득점 기회를 노리면서도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 진영까지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게 기본 스타일이다.
또 빠른 수비 전환을 통해 상대에게 공격할 기회를 적게 줌으로써 실점을 막는 것도 벤투 감독이 내세운 축구 철학이다.
하지만 칠레와 대결은 경기를 지배했던 코스타리카전 양상과는 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인 칠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을 아깝게 통과하지 못해 본선에 나가지 못했지만 2015년과 2016년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를 2연패 한 남미의 강호다. 2017년에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한국 원정 평가전에는 간판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빠졌지만 FC바르셀로나의 핵심 미드필더인 아르투로 비달을 비롯해 1진급에 가까운 대표팀 주축 멤버들이 출동했다.
벤투 감독은 강팀을 맞아 코스타리카전 승리를 합작했던 멤버들을 대거 가동했다. 경기 초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후반 기회를 노리겠다는 구상이었다.
코스타리카전 베스트 11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대신 황의조(감바 오사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이재성(홀슈타인 킬) 대신 황희찬(함부르크),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 대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3명만 바뀌었다. 공격 3각 편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던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 황희찬이 맡았다.



4-2-3-1 전형으로 코스타리카전과 같았고, 홍철(수원)-김영권(광저우)-장현수(FC도쿄)-이용(전북)이 포진한 포백 수비라인과 남태희(알두하일), 기성용(뉴캐슬), 정우영(알사드)가 버틴 중앙 미드필더진도 동일했다.
하지만 칠레는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온 비달과 미드필더 게리 메델, 수비수 마우리시오 이슬라 등을 앞세워 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공세를 무력화하는 한편 디에고 발데스, 앙헬로 사갈 등 빠른 공격수들을 앞세워 한국의 문전을 위협했다.
기성용이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며 경기를 조율했지만 공격 라인을 끌어올려 강한 압박으로 나온 칠레의 문전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황희찬이 단독 드리블을 이용한 오른쪽 측면 돌파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칠레의 탄탄한 포백 수비라인을 뚫지는 못했다.
벤투 감독은 전반 31분 부상을 당한 홍철 대신 윤석영(서울)을 투입한 걸 빼고는 교체 없이 후반을 시작했다.
하지만 칠레의 수비벽은 견고했고, 벤투 감독은 공격과 중원에 변화를 꾀했다.
후반 13분 체력이 떨어진 황의조 대신 지동원을 기용했고, 이후 남태희 대신 이재성, 정우영 대신 황인범(아산), 황희찬 대신 문선민(인천), 이용 대신 김문환(부산)을 차례로 교체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벤투호는 공격 다변화와 황인범을 활용한 공세 강화에도 끝내 칠레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다만 강호 칠레와 만나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넘기며 무실점, 무패를 한 것에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칠레는 상대에게 실점하지 않는 강팀의 면모를 경기를 통해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칠레를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보여준 벤투호의 경기력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지난달 16일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이달 3일 파주 NFC에서 대표팀을 소집하며 짧은 기간 태극전사들을 조련했던 벤투 감독으로서는 9월 A매치 2경기를 1승 1무로 마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2연승은 아니었어도 12년 만의 A매치 두 경기 연속 매진으로 구름 관중을 이끌며 축구 열기를 일으킨 건 벤투호가 거둔 소득이었다.
한편 9월 A매치를 마무리한 벤투호는 10월 우루과이, 파나마, 11월 호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통해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을 대비한다.

chil881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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