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65년 만에 개방된 속초 바다향기로…일부 구간 파도에 취약
바다 가깝게 설치된 시설물 파도에 기울어져…근본 대책 요구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더 가보고 싶은데 막혀서 갈 수 없네요. 다음에 한번 다시 와야겠습니다."
10일 오전 속초 외옹치 해안 산책로를 찾은 한 관광객은 군부대초소 인근 삼거리에서 외옹치 해수욕장 쪽이 아닌 롯데리조트속초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통행에 위험이 있어 일부 구간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안내 현수막과 함께 통행금지 테이프가 산책로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출입통제 지점에서 20여m 떨어진 지점에서는 공사 중인 굴착기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산책로가 일부 기울어진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외옹치해수욕장 입구에도 통행금지 안내판과 함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65년 만에 일반에 개방된 속초 외옹치 해안에 설치된 바다향기로의 일부 구간이 파도에 취약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시설물이 바다에 가깝게 설치돼 너울성 파도에 시설물 일부가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온 외옹치 해안에 설치된 바다향기로는 지난 4월 중순 시민과 관광객에 개방됐다.
속초해수욕장∼외옹치 해안∼외옹치항 1.74㎞ 구간에 조성된 바다향기로는 속초해수욕장∼외옹치해수욕장 구간은 속초시가, 외옹치해수욕장∼외옹치항 구간은 외옹치 언덕에 리조트를 건설한 롯데리조트속초가 각각 공사를 진행했다.
롯데 측이 조성한 외옹치해수욕장∼외옹치항 구간은 속초시에 기부채납될 예정이다.
하지만 외옹치해수욕장∼군부대초소 구간 50여m가 파도에 취약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구간은 지난달 28일 동해안에 몰아친 너울성 파도에 시설물이 일부 기울어져 지금까지 관광객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산책로가 기울어지자 해당 구간을 관리하는 롯데리조트속초는 중장비를 동원해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리조트속초는 "파도에 산책로 기초가 유실되며 시설물이 일부 기울어져 기초 유실방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강공사가 이뤄지면 더 이상의 기초유실은 없을 것이라는 게 롯데리조트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구간은 시설물이 바다에 너무 가깝게 설치돼 있어 너울성 파도가 칠 때면 산책로가 파도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는 데다가 기둥도 고정암반이 아닌 움직일 수 있는 바위에 설치된 것이 많아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민들 사이에서는 산책로를 해변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모(47)씨는 "지금 상태로 두면 너울성 파도가 치면 시설물이 또 부서질 수밖에 없다"며 "관광객과 시설물을 보호하자면 산책로를 해안 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구간은 해변 쪽이 바위 절벽이어서 공사가 어려운 데다가 주변 지역도 사유지여서 땅을 매입하고 않고서는 코스를 옮길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속초시는 "해당 구간은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구간인 만큼 피해 발생 시 보수에 대한 책임을 롯데 측과 명확히 한 뒤에 기부채납을 받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개방 5개월째를 맞은 바다향기로는 수십 년 만에 베일을 벗은 외옹치 해안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혼잡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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