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환자 "병원 지인 권유로 마중온 부인과 따로 이동"(종합2보)
부인 마스크 착용도 지인 권유…환자 혼자 택시로 삼성서울병원에 이동
박원순 "역학조사 더 치밀해져야", 질본 "학습효과로 마스크 쓰는 사람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박초롱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 A(61)씨가 입국 전 부인에게 "공항에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말하고,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는 부인과 다른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 환자가 감염 가능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면서 검역 당국에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지인의 권고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역학조사에서 밝혔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하며 자가용으로 마중 나온 부인과 다른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나 국장은 "환자가 부인에게 마스크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등의 정보로 환자가 감염 가능성을 감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환자의 행동에 대한 해석이) 정돈되지 않아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전날 밤 열린 서울시 메르스 관련 대책회의에서 "확진환자가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이 없었다고 했는데, 부인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질병관리본부, 서울대병원과 함께 확진환자 1차 역학조사를 했다.
서울시 역학조사관은 "확진환자 부인이 자가용으로 공항에 왔는데 막상 병원으로 이동할 때 부인과 따로 리무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부인이 차를 공항에 두고 남편과 함께 택시를 탄 것으로도 해석됐으나 실제로 남편·부인이 서로 다른 차를 이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확진환자 A씨를 태운 리무진 택시기사는 메르스 환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된 상태다.
질병관리본부의 이날 메르스 환자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에 따르면, A씨는 부인이 마스크를 쓰고 별도의 차량으로 움직인 데 대해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지인의 권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리무진 택시를 혼자 이용한 데 대해서는 "몸이 너무 불편해 누워서 갈 수 있는 넓은 밴형의 차를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인은 의료용이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중동을 자주 오가는 사람들과 그 가족은 학습효과로 인해 현지에서나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확진환자 A씨는 휠체어를 탄 채 인천공항 검역소를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했다. 당시 검역관이 "지금도 설사 증상이 있는지",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등을 물었으나 열흘 전 설사 증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심하지 않으며 약은 복용하지 않고 있다고 신고했다. 고막 체온계 측정 결과 체온은 36.3도로 정상이었다.
서울시 역학조사관은 "역학조사를 하면서 (메르스) 노출력을 조사했는데, (확진환자 A씨가) 끝까지 말씀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A씨는 출장 장소에서 레지던스 형태의 숙소에 머물며 여러 명이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역학조사관은 "확진환자 본인만 설사와 복통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며 "(같이 머문 이들과) 활동력이 동일한데 환자분 혼자만 그러셨을까 여쭤봤지만 별다른 게 없다고 끝까지 말씀하셔서 좀 더 면밀하고 능동적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 28일 소화기 이상·오한 증상이 있어 업무 현장에 가지 않고 두 차례 병원을 찾았다. 원래는 지난 4일 입국하려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입국을 사흘 연기했다고 한다.
조사관은 "입국 당일날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공항에 갔다"며 "아마 (공항 검역대를 통과할 때) 열이 측정되지 않은 것은 수액이나 약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메르스 확진환자가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역학조사가 좀 더 치밀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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