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ICBM 없는 北열병식, 대화지속·경제개발 의지"
WP "치열한 협상 고려한 유화 제스처"·WSJ "경제에 초점 맞춘다는 신호"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북한이 9일 정권수립 70주년(9·9절) 열병식에서 그간 대내외에 과시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대화 지속을 위한 '유화적 제스처'라고 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비핵화 협상 상대국인 미국과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ICBM은 핵탄두를 실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운반체라는 점에서 미국에 강력한 위협 요인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열병식 관련 기사에서 "열병식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열렸던 (건군절) 열병식보다 더 '로키'(low-key·저강도)였고 2017년 4월에 열렸던 것보다는 훨씬 더 강도가 약했다"고 전했다.
WP는 "북한이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를 선보이지 않은 것은 치열한 외교 활동과 협상의 시기를 고려한 유화적인 제스처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외교전략 분석가이자 미국과학자연맹(FAS) '방위태세계획'의 부선임연구원인 앤킷 팬더는 "ICBM을 선보이지 않은 선택은 핵 억지력의 완성에 따라 경제 개선을 우선시하겠다는 올해 초 김 위원장의 새 전략 노선의 진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그레이스 류 연구원도 "북한 열병식은 특히 다음 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맞아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대화를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이날 열병식이 김 위원장의 '강력한 경제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했다.
AP는 "북한은 단지 군사력을 강조하던 데서 벗어나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관심을 돌리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발을 첫 순위에 두는 새 노선을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바 있다고 통신은 부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의 저강도 열병식은 북미대화 등 외교적 협상 과정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북한이 경제에 지속해서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FAS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장거리 미사일이 없는 이번 열병식은 향후 더 많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며 "제한된 열병식은 북한이 대화 지속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 억제력' 확보를 통해 '핵무력'을 완성했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에는 경제발전에 매진해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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