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돼지 떠나라" 獨 극우 시위대 유대 식당 공격
돌과 병 던져 시설 파손…유대인 주인도 부상
反유대주의 커미셔너 "나치시대 최악의 기억 떠올리게 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최근 독일에서 벌어진 극우세력의 폭력시위 사태 도중 유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공격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독일 동부 작센 주의 소도시 켐니츠에서 극우단체 주도로 6천 명이 모인 폭력시위 도중 복면을 한 10여 명이 이 지역의 유대인 레스토랑을 공격했다고 일요신문 빌트 암 존탁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유대인 돼지야, 독일에서 떠나라"고 외치면서 돌과 병을 던졌다.
공격으로 건물 외관이 파손됐고 창문이 깨졌다. 레스토랑 주인도 어깨에 돌을 맞아 다쳤다.
켐니츠에서는 지난달 26일 새벽 거리축제 도중 독일인 30대 남성이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 이민자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하자 극우세력이 시민들을 선동해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외국인을 공격하는 등 폭력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유대인 식당 공격 사건에 대해 내무부 대변인은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반(反)유대주의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범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유대주의 커미셔너인 펠리스 클라인은 검찰과 경찰에 반유대주의 범죄를 신속히 처리하고 가해자들을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반유대주의 범죄의 새로운 단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라면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언급하고 "1930년대 최악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나치 정권이 2차 세계대전 때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과거사에 대해 속죄하고 반성하면서 반유대주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당혹해 하고 있다.
더구나 켐니츠 사태가 난민에 대한 반대를 넘어 유대인 등 소수 민족에 대한 증오심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독일에서는 최근 이슬람 배경의 난민이 대거 유입된 데다 극우 정서가 고개를 들면서 반유대주의가 확산하는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독일 정부가 올해 반유대주의 문제를 총괄하는 반유대주의 커미셔너 직을 신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켐니츠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일간지 디 차이트에 켐니츠에서 극우세력의 폭력 행위를 촬영한 영상이 가짜일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의 한스-게오르그 마센 청장이 켐니츠 극우시위에서 이민자와 외국인에 대한 공격이 확인되지 않았고, 관련 영상도 조작된 것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켐니츠에서는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극우세력의 시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7일 밤에는 극우 단체 주도로 2천50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동시에 1천여 명의 시민들이 극우세력을 비판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또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외국인 혐오와 폭력에 반대하는 취지로 열린 야외 클래식 공연에 참여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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