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법, 유출된 기밀자료 회수한다면서 압수수색은 불허"
법원, 고발 요청도 안 받아들여…검찰 "증거인멸하겠다는 것 아니냐"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법원행정처가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대법원 기밀자료를 회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해당 변호사를 고발해달라는 요청도 거절한 법원이 뒤늦게 문건을 가져가는 건 증거인멸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제의 문건들은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5일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에 개입한 혐의로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수백 건의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를 확인했다.
김 원장 관련 문건 '1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유 변호사에게 불법 반출한 문건들을 임의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영장을 가져오라"며 거부했다.
검찰은 곧바로 이들 문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이번엔 법원행정처에 공문을 보내 유 변호사를 고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범죄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하고 고발 등의 방법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는 문서는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문건들을 법원으로 다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범죄 혐의와 관련 없이, 부당하게 점유되고 있는 소유물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법원행정처의 태도가 모순일 뿐 아니라 증거인멸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문건의 상당수가 현재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의 관련 기록인 사실을 확인하고 유출 경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거래나 법관사찰 의혹뿐 아니라 기밀 문건을 불법 반출한 혐의에 관해서도 수사를 받아야 할 법원이 문건을 회수하겠다는 건 사실상 증거를 없애겠다는 뜻과 다름없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런 취지를 이미 법원행정처와 유 변호사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범죄 혐의의 물증이 이미 확인된 데다 전례에 비춰서도 영장 기각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전례에 비춰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올해 1월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영포빌딩의 다스 창고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청와대 문건들을 대거 발견했다. 법원은 청와대 밖으로 반출된 이들 문건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대법원 밖으로 반출된 문건을 압수수색하겠다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영장을 기각하면서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지만,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부터는 불법 반출된 자료들이 은닉 또는 파기돼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됐다"며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심각한 불법 상태를 용인하고 증거인멸 기회를 주는 결과여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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