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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여론 창인가, 그들만의 리그인가…지역기관장 모임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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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여론 창인가, 그들만의 리그인가…지역기관장 모임 명암
사정기관·재계 등 지역 유지 참석…단체장 탈퇴 바람 주목
토착비리 온상 우려 vs 지역 여론 수렴…"참여·소통 폭 넓혀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인화회·태종회·일수회·기우회·이화회·청녕회…
이름만 놓고 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목회와 다를 바 없지만, 이들은 전국 광역 시·도를 대표하는 기관장 친목 단체다.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아무나 이 친목 단체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천의 기관장 모임인 인화회를 예로 들면 수년 전만 해도 당연직 회장인 인천시장을 필두로, 부시장과 10개 기초지자체 군수·구청장, 시의회 의장, 시교육감, 국가공기업 인천지사장들이 회원으로 포진해 있다.
또 인천지방법원장·검사장·지방경찰청장·해양경찰서장, 인천 소재 육군·해군 소속 장성, 국가정보원 인천지부장까지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최고 권력 기관들의 지방 수장들도 인화회 회원이다.
여기에 대학 총장, 의약계 회장, 대형병원 원장, 세무서장, 지역 언론사 대표, 중소기업 대표까지 합치면 약 200명이 인화회에 속해 있다.
인천에서 누가 지역 유지인지 판별하려면 인화회 회원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이런 지역기관장 모임은 비단 인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 기우회는 190명의 회원을 두고 매월 1회 전체 조찬 모임, 월 1회 조별 모임을 하고 있고 충북에서는 청녕회와 무심회 등 2개 기관장 모임이 1년에 2∼3회 열려 회원끼리 친분을 다진다.
대전·세종·충남 일수회는 매월 1차례 만나 친목을 도모하고, 전북 이화회도 월 1회 모여 지역 현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이 밖에 부산 태종회, 강원 위봉회, 울산 1·2회, 대구·경북지역발전협의회, 제주 오름회와 한라회 등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 17개 시·도 상당수가 시·도지사를 정점으로 하는 기관장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기관장 모임의 태동 배경은 다양하지만 상당수 모임은 1960년대 이후 중앙정보부나 군부대 주도로 기관들 사이의 정보 공유와 업무 조율을 위해 발족했다.
일각에서 군사정권의 유산이란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이와 관련, 최근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유가족 등 일반인 사찰 의혹으로 지탄을 받는 기무사령부 지역부대장이 기관장 모임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들 모임은 대체로 지역 여론 수렴과 정책 대안 제시,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때때로 구설에 오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화회는 2007년 태풍 '나리'로 수해가 났을 때 인천지검 청사에서 바비큐와 술을 곁들인 만찬을 벌여 물의를 빚었고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현직 시장이 월례회에 나타나 선거법 위반 시비가 제기되는 등 잡음과 구설수가 이어졌다.
성격상으로는 분명 사적인 친목 목임인데 일부 기관장이 가입비 500만원과 월 회비 5만원을 업무추진비 등 공금으로 충당한 것도 시민사회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돼왔다.
무엇보다도 이들 기관장 모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정경유착과 토착비리의 온상이 될 우려가 늘 도사린다는 점이다.
인화회 한 회원은 8일 "가입 조건이 비교적 까다로워서 그렇지 가입만 할 수 있다면 입회비 500만원에 월 회비 5만원으로 지역 핵심 권력층과 친분을 나눌 수 있는 엄청난 메리트를 누릴 수 있게 된다"며 "일부 회원 입장에서는 개발사업권을 따낼 때나 수사를 받게 될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선 7기 들어서는 기관장 모임에서 탈퇴하는 단체장이 나오는 등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달 29일 인화회 회원들에게 탈퇴 의사를 밝히는 서한을 보내고 인화회와 결별했다. 허종식 경제정무부시장도 함께 인화회를 탈퇴했다.
박 시장은 서한문에서 "인화회가 시민의 자리에서, 시민을 대변해주는 모임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는 마음으로 회장직 사퇴와 탈회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경기 기우회에 계속 참가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 전 지사가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인사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이후 2차례 모임에는 모두 불참했다.
이 지사는 탈퇴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SNS에서 탈퇴 여부를 놓고 도민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 지사 측 인사는 "현재 탈퇴 여부를 고민 중인데 도민 등 각계 의견을 들어 결정할 것"이라며 "여하튼 기우회가 사조직인데 도 총무과가 이 모임을 주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역 발전을 위한 단합과 소외계층 지원 등 기관장 모임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울산 1·2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역 발전을 위한 각계각층 대표가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지역 내 나눔 활동 등에 솔선수범해 동참하는 순기능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인화회도 어려운 생활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학업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에게 매년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다양하게 해왔다.
인화회 회원인 한 기업인은 "해양경찰청 인천 환원, 한국GM 부평공장 정상화 등 지역 중대 현안이 난관에 부딪힐 때 인화회 회원들의 노력으로 문제가 풀린 경우도 많다"며 "지역 발전을 위한 모임이 한순간에 마치 적폐 온상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결국 기관장 모임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의무)'를 구현하는 건전한 집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부 시장과 도지사는 이들 기관장 모임 참석 일정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 하지만 월례회 일정을 시·도민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모임에서 논의된 지역 현안과 논의 결과 등도 공개한다면 기관장 모임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이화회처럼 모임 일정을 공개하는 곳도 이미 있다. 이화회는 추석을 앞두고 복지시설을 방문하며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달 19일 열리는 월례회에서는 10월 전북 전국체전을 앞두고 기관 간 상호 협조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부산 태종회는 기무사 논란을 계기로 모임 운영방식이나 회칙 등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 지역사회의 건전한 모임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전국 시·도별 기관장 모임의 핵심적인 문제는 그들만의 카르텔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폐쇄적이라는 것"이라며 "지역 여론의 창의 기능을 하려면 기관장들끼리만 모일 게 아니라 시민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의 폭을 더욱 넓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종구 김재선 변우열 김광호 한종구 최영수 류성무 우영식 김상현 장영은 임보연 김호천 황봉규 기자)
iny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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