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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이창용 IMF 국장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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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이창용 IMF 국장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금리인상·무역전쟁' 위기 진앙 가능성 예의주시
"미·중 무역전쟁, 다자간 협상 통해 해결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터키와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 만에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위기 소방수'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금리 시절 많은 돈을 빌린 채무국은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상환부담이 커지는 데다 무역전쟁이 글로벌 성장 둔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며 " 아시아에서는 1997∼98년과 같은 외환위기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이 국장을 만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MF의 달라진 정책 기조와 세계 경제 진단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국장과의 문답.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예측 가능했나.
▲ IMF는 당시 2008년과 2009년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경제위기가 올 타이밍에 대해선 예측하진 못했다.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위기 이전의 정책 방향과 위기 이후에 정책 대응에 대해 많은 배움이 있었다.
-- 어떤 교훈을 얻었나.
▲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세계 경제의 호황이 지속되던 시절에 경기가 과열된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많았다. 당시에는 주로 실업률·물가와 같은 실물 부분의 지표들을 중심으로 경기변동을 파악하고 있어서 경기가 과열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신용팽창 상황을 볼 때 금융시장은 이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은 실업률, 물가 같은 실물 부문뿐 아니라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보면서 경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또 예전에는 IMF가 재정·통화정책으로 대표되는 거시경제정책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실물과 금융부문의 연결고리의 중요성을 반영해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의 규제 및 감독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 IMF는 돈줄을 죄는 긴축에 중점을 두지 않나.
▲ 재정정책에 대한 시각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크게 바뀌었다. 무조건적인 재정 긴축이 오히려 경제위기 극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각 나라의 재정 여력에 맞는 재정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재정 긴축이 필요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긴축 정책이 성장률 및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그 속도를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출을 줄이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 미국에서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됐는데.
▲ 현 상황에서는 두 가지를 걱정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국제금리가 올라가면 저금리 기간에 차입을 늘려 부채비율이 높아진 국가들의 금융비용부담이 상승하게 된다. 그 결과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나라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아시아는 다른 지역의 신흥국가들에 비해서 아직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 금리 인상 외에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
▲ 무역분쟁의 가능성, 즉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국제무역 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하면서 무역활동이 둔화됐다가 2∼3년 전부터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면서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진국의 금리 인상으로 채무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중을 중심으로 무역분쟁이 가속하면 전 세계 경기회복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공급망에 밀접하게 연결된 아시아 국가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걱정된다.
--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지속할 것으로 보는지.
▲ 지난 반세기 국제무역이 전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무역의 이익이 모든 경제주체들에 분배되지 못한 면도 크다. 그러다 보니 무역을 통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된 그룹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이 무역으로 본 이익을 인정하기보다는 중국의 저임금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손해를 봤다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 것이 한 예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무역시장 개방을 주도하며 큰형님 역할을 해 온 미국에서 관세 장벽을 올리고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정치적인 상황을 볼 때 무역을 통해 성장한 한국, 중국 등 신흥국가들에게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은 역할을 요구하는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인가.
▲ 그렇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공화당 정부를 넘어선 현상으로 봐야 한다. 자국 이익을 우선 보호하자는 최근의 추세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유럽의 난민 문제를 봐도 과거와는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무역전쟁은 서로에게 손해가 되지 않나.
▲ 무역이 축소되면 모두 다 손해를 본다. 그런데도 정치적으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는 잘 이해할 수 있지만, 급격한 보호주의로 가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이럴수록 다자간 협상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이미 시작됐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디어질 수 있는 위험이 커졌다. 다자간 협상이 필요하며 신흥국들도 자국의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방함으로써 선진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막아야만 세계 경제 뿐 아니라 자국 경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지정할 가능성은
▲ 예측이 어렵다. 이는 경제를 넘어 정치적인 문제다. 중국도 정치적으로 양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으므로 합리적인 결론이 조만간 나야 한다.
-- 미·중 무역갈등에 한국이 피해를 보게 될 텐데, 대책은.
▲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무역전쟁이 오래갈 가능성에 대비해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우리가 1997년에 비해 위기관리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기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단기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대비해야 한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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