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용의자들 사진 조작 가능성"(종합)
외무부 "다른 장면인데 촬영시간 초까지 일치"…크렘린 "러, 사건과 무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영국 검찰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의 용의자로 러시아 정보당국 소속 장교 2명을 지목해 기소한 것과 관련, 러시아 외무부는 영국 측의 '정보 조작'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5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 채널 '로시야 1'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국 측이 공개한 용의자들의 사진이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하로바는 영국 당국이 2명의 용의자인 러시아인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와 루슬란 보쉬로프가 영국 개트윅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이라고 공개한 CCTV 동영상 캡처 사진에 대해 "같은 장소, 같은 복도가 배경이고 영상 촬영 시간도 초까지 일치한다"며 "날짜와 시간을 사진 위에 씌웠거나 아니면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요원이 같은 시간에 두 곳에서 다니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항에 도착하는 용의자들의 모습이 포착된 서로 다른 장면의 2장의 사진에는 모두 16:22:43라는 정확히 같은 시간이 찍혀 있다고 러시아 언론은 지적했다.
자하로바는 "(영국 측이) 한편으로 우리에게 이 사람들(용의자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해 오다 갑자기 지어낸 이름과 가짜 문서를 제시했다"며 영국 측의 주장대로 이들이 영국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면 비자를 받았을 것이고 그러면 그들에 대한 지문 등의 자료가 영국 측에 있을 것이라며 그것을 공개하라고 했다.
자하로바는 앞서 영국 측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용의자로 러시아인 2명을 기소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에도 "언론에 공개된 이름과 사진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면서 "영국이 공개적 비난과 정보 조작에서 벗어나 (양국) 수사당국 채널을 통한 실질적 협력을 이행하기를 다시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별도 성명을 통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명의 용의자가 러시아 군정보기관 GRU 소속 장교들이라고 지목한 데 대해 "메이 총리의 연설에는 러시아와 2명의 러시아인에 대한 독단적 비난이 담겨 있다"며 "이 중상(中傷)을 단호하게 배격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영국 검찰은 이날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가 지난 3월 초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사건과 관련 페트로프와 보쉬로프 2명을 살인공모와 살인미수, 화학무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6일 러시아는 어떤 수준에서도 스크리팔 사건과 연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솔즈베리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어떤 식으로도 연관되지 않았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한) 러시아 지도부에 대한 어떤 비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러시아 고위 지도부나 낮은 직책의 지도부 혹은 어떤 공식 인사도 솔즈베리 사건과 연관이 없다"며 이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2명의 러시아군 정보기관 장교에 대한 러시아 측의 조사는 영국의 공식 조회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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