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출신 작가 오민 "인식을 연습할 수 있을까"
아뜰리에 에르메스서 수상작가 개인전 '연습곡'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형 스크린 2개와 작은 화면 5개, 흰색 사각형 의자 7개.
5일 오전에 들른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은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커다란 화면 속에서는 서양 여성이 어딘가를 응시하는데,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작년 3월 제17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민(43)은 6일부터 열리는 수상 기념 개인전 '연습곡'(Etude)에서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프랑스어 '에튀드'는 바이엘이나 체르니처럼 음악에서 기교를 익히기 위해 만든 악곡을 뜻한다. 대학생 때까지 피아노를 치다 미술로 전향해 미국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학위를 받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 오민은 과거 경험을 살려 전시 제목을 잡았다.
김윤경 아뜰리에 에르메스 큐레이터는 "오민 작가는 에튀드를 연습곡뿐만 아니라 연습무(練習舞), 연습연(練習演)으로 번역해 활용하기도 한다"며 "이번 전시에는 독립적이면서 연결되는 연작 네 개인 연습연A, 연습연B, 연습연C, 연습연D가 출품됐다"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 1개에 상영되는 연습연A는 10분 분량 영상이다. 작가가 "나무를 보라" 같은 지시를 하면 그대로 이행하는 출연자 모습을 담았다.
연습연B는 작은 화면 5개로 구성된다. 화면 2개에는 작가가 연습연A 출연자에게 한 지시가 영어로 나오고, 다른 화면 2개에는 도형이 보인다. 나머지 화면 1개에는 작가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출연자가 등장한다.
연습연A 영상이 흐르는 대형 스크린 옆에 설치된 또 다른 대형 스크린은 연습연C다. 연습연C 출연자는 연습연A처럼 무언가를 보라는 작가 지시를 수행하지만, 나무나 건물 같은 대상이 실재하지는 않는다.
김 큐레이터는 "연습연A는 지금 여기를 보는 기술, 연습연C는 생각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보는 기술을 각각 연습하는 것"이라며 "연습연B는 일종의 악보처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민 작가는 인식하는 기술의 연습을 제안한 것"이라며 "그는 인식의 연습이라는 구체적 행동을 만들기 위해 영상에서 출연자가 보는 대상을 생략하고 표정에 집중해 불안함이나 동요 같은 감정을 잡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작품인 연습연D는 무엇일까. 이날 오후 6시 개최되는 개막식에서 작가가 안무가를 초청해 진행하는 라이브 퍼포먼스가 연습연D다.
김 큐레이터는 "연습곡은 연습과 최종이라는 개념이 공존하고, 과거와 미래가 현재의 시간에서 동시에 발현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영상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표정도 작품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4일까지. 문의 ☎ 02-544-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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