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관리 좋아졌는데…소득수준별 계층화는 '심화'"
서울백병원, 2만8천명 분석결과…"저소득층 만성질환 위험 1.17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당뇨병, 신장병 등의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비율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계층화는 오히려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장내과 구호석·황수빈 교수팀은 2010∼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남녀 2만8천759명을 소득수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전체적으로 '만성질환을 적절히 잘 관리하는 비율'은 2010년 40.4%에서 2015년 56.7%로 16.3%포인트 높아졌다.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향상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나눠보면 양상은 달랐다.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하위 25%)에선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비율이 2010년 41.2%에서 2015년 54.1%로 12.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상위 25%)은 같은 기간 42.4%에서 59.7%로 17.3%포인트가 늘었다.
하위그룹과 상위그룹의 격차가 2010년 1.2%포인트에서 5.6%포인트로 더 벌어진 것이다. 질환별로는 고혈압보다 당뇨병과 신장병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했다.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에서 이들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도는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의 1.17배로 평가됐다. 특히 소득수준은 체질량지수(BMI), 고혈압, 교육수준, 직업 종류, 나이 등에 견줘 만성질환에 가장 강력한 위험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1인당 월평균 진료비가 10만원이 넘고, 65세 이상에서는 월 30만원 이상인 점으로 볼 때 월소득 15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의 필수의료 이용 부담이 이런 계층화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봤다.
구호석 교수는 "2015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하위 25%의 월 소득이 77만원 미만인데, 이들이 매월 의료비로 30만원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성질환은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인한 전체 의료비 상승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