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미친 도시"…밥 우드워드 신간 파문 일파만파(종합)
"트럼프 참모들에 '쥐새끼' 욕설, 매케인엔 '겁쟁이'…아사드 암살 명령도"
백악관 "날조된 이야기" 반발에도 "반박 불가능한 이야기" 평가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김연숙 기자 =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오는 11일 공식 발간할 예정인 책이 미국 정가에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다.
유력 인사들의 증언과 다양한 일화를 담은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의 백악관을 혼돈과 편집증, 막말과 조롱이 판치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보좌진과 행정부 각료들을 향해 "쥐새끼"와 같은 욕설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고, 그의 최측근들 역시 충동적이고 지식이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주변에 쏟아냈다고 소개하면서 파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4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우드워드의 책 '공포:백악관의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에 해당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백악관을 "미친 도시(Crazytown)"라 규정했고, 그의 전임인 라인 프리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하는 그의 침실을 "악마의 작업장"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참모들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도 만만치 않았다.
작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에게 상관인 프리버스 전 실장을 무시하라고 명령하면서 "프리버스는 쥐새끼 같다"고 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해서는 가슴을 부풀리고 호흡을 과장하는 버릇을 뒤에서 흉내 내며 비웃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또 자신보다 8살 많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는 "나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당신이 더는 협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당신은 전성기가 지났다"고 면박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암살을 명령했다는 내용도 책에 담겼다.
지난해 4월 알아사드 정권이 민간인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제기랄 그를 죽이자! 쳐들어가서 그들을 많이 죽여버리자"라고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즉시 착수하겠다고 답해놓고,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의 고위 참모에게 "우리는 (대통령의 명령 중)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훨씬 더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존 매케인 전 의원에 대해선 '겁쟁이'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가 부친의 계급 덕분에 베트남 수용소에서 다른 포로보다 빨리 석방될 수 있었다고 거짓 주장을 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해 7월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도중 군 장성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있는 병사들이 당신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며 25분 동안 질책했다고 한다.
백악관 참모들은 대통령이 큰 사고를 치는 일을 막으려고 악전고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저지하려고 문서를 훔친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해서도 같은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포터 당시 비서관에게 "왜 아직도 이 일(나프타 탈퇴)이 마무리되지 않았나"고 하자, 포터 전 비서관은 탈퇴 사실을 공표하는 문건 초안을 만들었다.
그 여파를 두려워한 포터 전 비서관이 콘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했고, 콘 전 위원장은 "내가 이 일을 멈출 수 있다. 내가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서류를 빼내겠다"고 자신했다.
우드워드는 콘 전 위원장과 매티스 장관이 대통령의 위험한 행동을 저지하는 '전통주의자 동맹'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지시와 결정을 막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포터 전 비서관마저 "우리는 영원히 벼랑 끝을 따라 걷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우드워드는 이런 과정을 "행정부의 쿠데타", "행정부 신경계의 고장" 등으로 묘사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말리는 참모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백인우월주의들의 '샬러츠빌 유혈 사태' 대처에 실망한 콘 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업적 거짓말쟁이"라며 결국 사표를 던졌으나, 당시 여론에 굴복해 백인우월주의자를 공개 규탄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참모들에게 "내가 했던 가장 큰 실수이자 최악의 연설"이라고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 전 위원장의 분노에 공감한 켈리 비서실장도 "나라면 사직서를 써서 그의(트럼프 대통령의) 항문에 6번 밀어 넣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우드워드는 주장했다.
현 정부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인 프리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올리는 침실을 "악마의 작업장"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폭풍 트윗'을 날리는 이른 아침이나 일요일 저녁을 "마녀가 돌아다니는 시간"이라고 각각 부르기도 했다.
백악관 보좌진과 대통령 가족 사이의 충돌 비화도 공개됐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에게 "넌 빌어먹을 참모라고! 네가 책임자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넌 참모다"라고 소리를 지르자, 이방카는 "난 참모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난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예민한 태도를 나타낸 일화도 많다.
자국인 석방 문제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도널드, 이번 수사가 걱정된다'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이야기를 변호인에게 전하면서 "마치 낭심을 걷어차인 것 같았다"며 뼈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월 27일에는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존 다우드가 특검의 소환조사에 대비해 사전 '리허설'을 했는데, 다우드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빌어먹을 거짓말"이라며 30분 동안 고함을 지른 뒤 "(특검에 나가) 증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다.
WP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의 책을 "사기와 속임수", "끔찍한 것"이라 부르며 반발했다.
백악관도 "날조된 이야기일 뿐"이라며 "불만을 가진 많은 전직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 말한 것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등장인물인 매티스 장관, 켈리 비서실장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각각 "상상력의 산물", "헛소리"라 부르며 책에 언급된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반응은 이들과 다르다. 언론은 이 책의 신빙성을 높이 평가했고, 오는 11일 정식 발간될 예정인 이 책은 예약 주문만으로도 이미 아마존의 '톱 셀링' 리스트에 올랐다.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파헤쳤던 언론인 칼 번스타인은 "일관성 있고, 반박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은 CNN 방송에 출연해 우드워드의 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신의 임무가 미국의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위험 요소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며 "디테일에 디테일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제임미 갠젤 CNN 기자도 "우드워드는 '딥 스로트'(deep throats·익명 제보자)라 불리는 수많은 소식통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딥 스로트'는 우드워드가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 당시 제보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실명 대신 명명한 취재원의 별칭이다
갠젤 기자는 "우드워드는 수백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거의 모두 녹음됐다"며 "사람들은 그들 자신만의 이유로 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또 우드워드가 묘사한 혼란스러운 백악관 내부 모습은 그간 주류 언론이나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 등에 등장하는 모습과 놀랍도록 일치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일관성이 책 내용에 사실성을 더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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