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 식기 7천개로 만든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현대차 시리즈: 최정화-꽃, 숲'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다양한 설치작품으로 삼청동을 오가는 나들이객의 눈길을 끈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 마당에 거대한 민들레 꽃이 만개했다.
높이 9m, 무게 3.8t에 이르는 민들레는 작가 최정화(57)가 지난 3월부터 '모이자, 모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지를 돌며 모은 식기 7천여 개로 만든 작품이다.
누군가가 라면을 끓이거나 파스타를 담은 형형색색 식기는 최정화 손을 거쳐 흥미로운 예술 작품 '민(民)들(土)레(來)'로 재탄생했다.
플라스틱 바구니, 돼지저금통, 빗자루, 풍선처럼 일상에서 흔히 보는 저렴한 소모품으로 작품 활동을 해 '일상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최정화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해 "모든 어머니께 바치는 큰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 MMCA 현대차 시리즈 다섯 번째 작가로 선정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과 전시실에서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최정화-꽃, 숲(Blooming Matrix)'을 5일부터 연다.
이번에도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생활용품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전시 제목과 명칭이 같은 작품 '꽃, 숲'은 온갖 잡동사니로 쌓아 올린 탑 146개를 아우른다. 어린 시절부터 수집한 베개, 복덕방 의자, 세차장 솔이 동원됐다.
특이하게도 전시실에는 별다른 설명문이 없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제 작품을 4차원 서예나 4차원 민화라고 하기도 한다"며 "민화는 모두 함께 그린 그림이고, 이번 작품 역시 제가 모아놓기만 했을 뿐이지 특별히 한 것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군산 산업단지에서 영종도까지 가면서 작품에 쓸 물건을 채집했다"며 "작품에 사용한 물품은 제작 시기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고, 소재지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꽃, 숲'은 우주적 비빔밥 혹은 한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최정화 작가는 문화재가 아닌 생활재를 활용한다"며 "공간을 분해하고 헷갈리게 하는 예술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 모습을 은유한 작가의 면모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시장에는 이외에도 중국에서 모은 빨래판을 벽에 배열한 '늙은 꽃', 무쇠솥과 항아리를 쌓은 '알케미', 유아용 플라스틱 왕관이 줄에 매달려 7m 높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어린 꽃', 화려한 색채가 인상적인 '세기의 선물'이 전시됐다.
작가는 간담회 내내 "작품은 작가 전유물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에 대해 몰라도 됩니다. 어차피 예술은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각자 보고 기억을 가져가길 바랍니다."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문의 ☎ 02-3701-9500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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