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인촌로' 명칭변경 추진…"친일 잔재 청산"(종합)
'고려대로' 등으로 대체 검토…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민족 위해 마땅한 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이효석 기자 = 서울 성북구는 친일 잔재 청산 작업의 하나로 관내 도로명 '인촌로'의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인촌 김성수에 대해 지난해 대법원이 친일행위 인정 판결을 내리고, 올초 그의 건국 공로훈장이 취소된 것에 따른 조치라고 구는 설명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고려대로' 등이 대체 도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촌로'는 지하철 6호선 보문역-고대병원-안암역-고대앞사거리 구간 폭 25m, 약 1.2㎞다.
정부의 새로운 주소체계 시행에 따라 한때 고려대학교를 운영했던 김성수의 호 인촌(仁村)을 인용해 2010년 4월 해당 도로에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에 일제의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등 인촌 김성수의 친일행위가 인정되고,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등의 도로명 변경 요구가 이어지면서 구는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북구는 '인촌로' 명칭 직권변경을 위해 이달 중 도로명 변경안내문을 공고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도로명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소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면 동의를 받는다.
명칭 변경을 위해서는 도로명 '인촌로'를 사용하는 건물의 지역주민, 외국인, 사업자 등을 포함한 주소사용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인촌로'는 현재 종속도로 190개, 건물번호는 1천527개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만해 한용운이 성북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성북구 일대에 거주하며 성북구는 항일운동의 핵심지 역할을 했다"며 "단순히 도로명 변경의 의미를 넘어 엄혹한 일제치하에서도 광복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촌로 명칭 변경을 요구해왔던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의 함세웅 회장(신부)은 "인촌 개인과 가족, 고려대 등에게는 아픔일 수도 있겠으나 더 큰 민족사적 가치를 위한 과정이고 후손을 위한 길잡이가 되는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 회장은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앞장섰던 분들도 계시고 마지못해 침묵한 분들도 계실 텐데, 침략에 직간접적으로 동의했다면 부끄러운 일이고 성찰·반성해야 할 일"이라면서 "(친일 잔재 청산은) 개인의 인품을 떠나 민족공동체 모두를 위해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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