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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오연지 금메달 가려진 한국 복싱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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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오연지 금메달 가려진 한국 복싱의 그늘
역대 최소 메달에 준결승 진출 선수는 오연지 한 명뿐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오연지(28·인천시청)의 금메달을 끝으로 한국 복싱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오연지의 성과는 눈부시지만, 그 뒤에 가려진 한국 복싱의 현실은 엄혹하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남자 7체급, 여자 3체급 등 총 10명이 출전해 오연지 한 명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은 고사하고 준결승에 진출한 선수도 오연지 한 명뿐이었다.
한국 복싱이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1개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따냈던 것이 역대 최소 메달이었다.
복싱은 한때 한국 스포츠 최고의 효자 종목으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1954년 마닐라 대회 박금현을 시작으로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오연지까지 한국 복싱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9개를 휩쓸었다.
사격(66개)에 이어 한국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안긴 종목이 바로 복싱이다.
특히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복싱 12체급을 모두 석권하는 신화를 썼다.
하지만 한국 복싱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포함해 메달 10개를 수확하며 부흥기를 맞는 듯했지만 다시 곤두박질쳤다.
2006년 도하에서 메달 4개, 2010년 광저우에서 메달 2개에 그쳤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신종훈, 함상명이 12년 만의 금메달을 따내는 등 메달 6개를 수확하며 저력을 과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1개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조짐은 진작부터 있었다.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남녀를 통틀어 단 한 명도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 복싱이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동서냉전으로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고 68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할 위기였으나 기적이 일어났다.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 중 한 명이 도핑에 걸리는 바람에 함상명이 극적으로 리우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이다.
68년 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참극은 피했으나 한국 복싱은 리우 올림픽에 역대 최소 인원인 1명밖에 출전 선수를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침체에 허덕였다.
젖줄인 아마추어 복싱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프로 복싱도 함께 무너졌다.
한국은 2007년 7월 챔피언 벨트를 반납한 지인진을 끝으로 세계 챔피언 명맥이 끊겼다.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복싱 붐이 사라지면서 선수층은 극도로 얇아졌다. 지금의 한국 복싱은 선수층이 얇다기보다는 아예 선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복싱계 파벌 싸움은 국내 복싱계를 구석으로 몰았다.
복싱 외교력도 크게 위축돼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매번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그 사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 등은 아시아 정상으로 성장했다.
쿠바에 이어 세계 아마추어 복싱 2위로 성장한 우즈베키스탄은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복싱 7체급 결승에 모두 출전해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차지했다.
중국은 여자복싱 3체급에서 오연지가 금메달을 차지한 라이트급(60㎏)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체급을 석권했다.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 복싱 훈련장에서 만난 한 국가대표는 같은 체급의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훈련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다년간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해온 이 선수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를 보고 "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은 선수층이 워낙 두꺼워서 막판까지 누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처음 보는 선수라고 했던 우즈베키스탄의 그 선수는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주먹 하나만을 믿고 꿈을 키워가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그런 선수도 자신의 체급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국내에 경쟁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선수가 우즈베키스탄과 같이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치며 실력을 끌어올리고 근성을 키운 선수를 대적하기는 쉽지 않은 게 슬픈 현실이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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