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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단체장 사업 중단 곳곳서 논란…합리적 결정 vs 흔적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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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단체장 사업 중단 곳곳서 논란…합리적 결정 vs 흔적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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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단체장 사업 중단 곳곳서 논란…합리적 결정 vs 흔적 지우기
신임 단체장들, 정상화 들어 전임자 핵심사업 속속 '제동'
"당연한 과정"·"정략적 판단" 충돌…"객관·투명성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합리적인 용단일까. 감정적인 흔적 지우기일까.
지난 7월 취임한 민선 7기 자치단체장들이 최근 들어 구상했던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지방정권 교체기마다 불거졌던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전임 단체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을 전면 중단·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생기는 잡음이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례 없는 압승으로, 지방정권이 교체된 지역이 많아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사업 중단·철회에 대한 합리성이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을 넘어 정치적 해석이 끼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역점사업이 역적사업?' 애물단지 된 부산 대형 프로젝트
23년 만에 지방정권이 교체된 부산에서는 대형 사업들을 재검토하거나 아예 백지화하는 결정이 속속 내려졌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당선 직후 전임 서병수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던 버스중앙차로제(BRT) 사업을 전면 중단하도록 했다.
오 시장은 도시철도 중심으로 부산의 교통체계를 재편하겠다며 정책전환을 선언하고, BRT 사업 추진 여부를 시민들이 결정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그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부산의 BRT 사업은 현재 내성교차로∼운촌삼거리 8.7㎞ 구간을 개통했고, 내성교차로∼양정 3.8㎞ 등 일부 구간은 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이 중단되면 중앙버스차로의 연계성이 크게 떨어져 기존 개통 구간조차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미 시작한 사업구간의 공사비 확보분과 공사 매몰 비용 등을 들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오 시장은 김해공항 확장 방안의 백지화도 요구하고 있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중앙정부와 영남권 시도가 합의로 것으로, 과밀상태에 놓인 김해공항 국제선의 포화상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오 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의 역할에 미흡하고 주변 소음대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경남지사, 울산시장 등과 함께 동남권 신공항 건설 전담팀을 만들어 정부를 상대로 가덕신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시가 10년여의 논란 끝에 지난 5월 공사를 시작한 부산항 북항재개발 사업지역 내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도 잠정 중단됐다.
오 시장은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비로 2천500억원을 투입하고, 연간 운영비도 250억원가량으로 예상돼 시 재정 여건상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나 문현금융단지에 짓는 뮤지컬 전용극장 등과 시설 중복 우려가 커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부산음악협회와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은 오페라하우스의 차질없는 건립을 촉구했다.



◇ 홍준표의 '채무제로' 철회…경남 재정 운영기조 전환
경남에서는 김경수 지사가 민주당 출신 지사로는 처음 취임해, 한국당 홍준표 전 지사가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웠던 '채무제로' 정책 기조를 사실상 바꿨다.
지난달 경남도의회를 통과한 '김경수 경남도정'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지역개발기금 1천200억원이 포함됐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역개발기금은 법령상 채무에 포함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는 돈이다.
채무가 한 푼도 없도록 한 홍 전 지사의 채무제로 정책을 사실상 전환한 것이다.
김 지사의 인수위원회는 추경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지난 도정의 재정 운영과 현재 재정 상황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전임 도정에서 무리하게 채무제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며 "필수로 편성해야 함에도 재원이 부족해 매년 2천억∼3천억원의 예산을 반영하지 못하고 차기로 미뤄 올해 부족재원이 5천억원에 달하고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아 도의 잠재 성장동력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경남도는 김 지사 취임 전인 6월 27일 홍 전 지사가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2016년 6월 심은 나무를 철거했다.
이를 두고 지역 시민단체인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채무제로는 경남도민의 고통과 눈물로 만들어졌다"며 "무상급식 중단으로 아이들 밥을 빼앗고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쇄, 시·군 보조금 삭감 등을 전용해 만든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전 지사 재임 때 행정부지사로 근무한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전임 도지사가 힘들게 이뤄낸 채무제로 정책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로 폐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한 바 있다.

◇ 기초단체도 비슷한 논란 속출…'불법 의혹' 제기도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직인수위원회는 전임 남경필 지사의 역점사업 5건에 "불법 의혹이 있다"며 특별조사를 요청했고,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다.
5건 사업은 경기도시공사 신규투자사업,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사업, 팀업 캠퍼스 관리위탁사업, 이층버스 사업, 한정면허 공항버스 시외버스면허 전환 등이다.
인수위는 반려동물테마파크 조성이 민간 영역에서 관장하는 관광휴양시설을 준공 후 분양·위탁할 수 있게 규정했는데, 이는 준공 후에 분양·위탁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수위는 남 전 지사가 한정면허 공항버스를 시외버스면허로 전환한 데 대해 절차적인 문제 등이 있다며 원상복구 계획을 밝혔고, 현재 도가 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단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민주당 소속 시장이 취임한 이후 3대 새마을사업 폐지·축소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새마을운동테마파크 용도 변경, 시청 새마을과 폐지, 박정희 역사자료관(유물전시관) 취소 등이다.
장세용 시장은 취임 전후에 새마을운동테마파크의 용도를 경북민족독립기념과 등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경북도가 주체가 돼 건립한 데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공동운영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용도 변경을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청 새마을과 폐지는 명칭을 일부 변경하거나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이 다수인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에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강원 정선군에서는 민선 6기에 결정된 군립병원을 놓고 한창 진행되던 리모델링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 의견을 다시 수렴 중이다.
이 사업은 민선 7기 최승준 군수가 5기 군수 당시 '군립의료원'으로 추진했던 것이 시초다. 6기 군수가 예산과 효용성 등 이유로 공공의료 성격의 의료원 대신 군립병원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최 군수가 다시 취임하면서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속초시는 95억원을 들여 건설하기로 했던 '속초 붉은대게타운 조성사업' 백지화를 검토 중이며, 인제군은 4회째 이어지던 '인제바퀴축제' 폐지를 결정했다.
이런 사례를 두고 각 지역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찬성 목소리가 있는 동시에 "전임자 흔적 지우기"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 지속이나 중단에 대한 평가는 사업별로 그 타당성을 따져서 판단돼야 하며, 어떤 결정에 뒤따르는 모든 영향은 주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결정 과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준금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수정되기 마련이고 전임자 색채가 짙은 '브랜드 정책'은 깎아내리려는 경향도 있다"면서 "정책이나 사업을 수정하려면 지속성이나 안정성에 문제는 없는지, 계획 수정이나 철회 결정 과정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등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봉규 최찬흥 류성무 임보연 우영식 김상현 허광무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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