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혁신성장 화두는 '인공지능·빅데이터·로봇'
주문·재고 관리, 신제품 제안, 고객 서빙까지 '척척'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내일 날씨에 무슨 빵이 잘 팔릴까', '혼술족 맞춤형 안주는 어떤 제품이 좋을까'
아무리 자세한 시장조사 자료를 갖고 있어도 결국은 사람의 '감'에 의존하던 식품업계의 난제를 이제는 첨단 기술이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전통 산업 분야인 식품업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 등 IT기술의 적극 도입을 통해 혁신성장의 발판을 닦고 있다.
◇ 빅데이터로 주문량·단골손님 관리 = 2일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날씨와 마케팅을 결합한 '소상공인을 웃게 하는 날씨 빅데이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고객 구매이력 데이터와 날씨 분석을 통해 제품별 적정 주문량을 대리점주에게 자동으로 제안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를테면 맑은 날에는 샌드위치가 잘 팔리는 반면 흐린 날에는 피자빵이 잘 팔린다는 식의 트렌드에 제품별 평균 판매량과 재고량, 최근 판매 추이 등 데이터를 종합해 적당한 주문량을 조언하는 식이다.
대부분 제품이 당일 판매돼야 하는 제빵업계로서는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재고와 주문 수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고객 구매이력 데이터를 통한 점포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통해서는 고객 회원카드에 기록된 구매이력을 확인한 뒤 적당한 응대 멘트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대리점마다 단골손님과 자주 찾는 제품을 바로 파악해 신속하고 친절한 응대가 가능해진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빅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 행사를 통해 이들 시스템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 인공지능으로 트렌드 분석해 신제품 추천 = 롯데제과는 2년여에 걸쳐 개발한 시장 트렌드 예측 시스템 '엘시아'를 현업에 본격 도입했다.
'엘시아'는 인공지능을 통해 수천만 건의 소셜 데이터와 판매 데이터, 날씨, 연령, 지역별 소비 패턴 등 각종 자료를 토대로 미래 식품 트렌드를 예측해 신제품을 추천해준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신제품의 3개월 후 8주간 수요량도 예상해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빼빼로 깔라만시'와 '빼빼로 카카오닙스' 등 신제품은 '엘시아'가 시범 운영 기간 제안한 제품들로, 실제 시험적으로 생산된 한정 수량이 '완판'되는 성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롯데제과는 올해 여름에도 깔라만시를 응용한 초코파이와 찰떡파이 등 한정판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엘시아는 지난 6월에는 '혼맥족', '혼술족' 증가 트렌드에 맞춰 술안주로 인기 있는 버팔로윙을 응용한 제품을 추천해 실제 '꼬깔콘 버팔로윙맛'이 출시되기도 했다.
◇ 사람 대신 로봇이 서빙하는 레스토랑 =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한국피자헛과 함께 국내 최초로 레스토랑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Dilly Plate, 이하 딜리)'를 시범 운영했다.
딜리는 배달의민족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레스토랑 전용 자율주행 로봇으로, 배달의민족이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봇 기술 기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가 개발했다.
구글 출신의 하정우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베어로보틱스는 요식업체를 위한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딜리는 주문을 받으면 최적 경로로 음식을 나르며, 사람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자동으로 멈추거나 피한다. 한 번에 최대 22㎏ 중량의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딜리는 실제 피자헛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사이를 자율주행으로 오가며 직원을 도와 음식을 서빙했으며,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시범 운영을 토대로 딜리의 성능을 개선해 향후 패밀리 레스토랑과 일반 음식점에서 서빙 로봇 서비스로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IT기술을 통해 더 정확한 시장 전략을 세우고 업무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혁신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